'In My Life'에 해당되는 글 175건

  1. 2017.09.19 가을을 타다
  2. 2017.04.13 어머니의 여행
  3. 2017.04.13
  4. 2017.04.13 화이트데이
  5. 2017.04.13 수선한 양복과 막히는 길, 결혼식과 보이지 않는 고양이.
  6. 2017.04.13 밤의 해변에서 혼자
  7. 2017.04.13 스테어웨이 투 해븐에 대한 추억.
  8. 2017.01.13 캐롤
  9. 2016.12.02 아침을 기다리다
  10. 2016.11.25 어떤 날.

가을을 타다

Imagine 2017. 9. 19. 15:08

햇볕을 쬐고
낮잠을 잔다.


바람이 불고
노을이 진다.


하늘을 보고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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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첫 집은 두개의 방이 있는 사글세 집이었다. 물론 난 당시 그 집이 월세인 것을 몰랐다. 방 하나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차지하고 있었고, 우리 네 식구는 나머지 방 하나에서 살았다. 그렇다. 우리집은 가난했다.


집은 가난했지만 난 6살 때부터 학원에 다녔다. 처음 다닌 학원은 우리집에서 차로 20분은 걸렸을 신장 구사거리에 있는 동부 주산학원이었다. 학원차를 타면 구구단 노래가 흘러나왔고, 결국 난 이해도 못하던 구구단을 노래가사 외우듯 외웠다. 7살에는 천호동에 있는 상미 미술학원에 다녔다. 당시에 찍은 사진들을 보면 상당히 많은 곳에 견학을 다녔는데, 당시로도 꽤 비싼 곳이라는 평이 있던 곳이었다. 어머니는 - 교육은 어머니 담당이었으므로 - 가난한 환경에서도 나를 좋은 환경에 교육기관에 보내고 싶어 했다. 당시 동네 친구들은 모두 동네에 있는 풍산유치원을 다녔다. 심지어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는 사립을 보내려고 했는데, 추첨에서 당첨까지 됐다. 결국 너무 멀어 포기하긴 하셨지만..


그러는 동안 어머니는 너무 많은 것을 포기했다. 어디에서 구한 야시카 카메라로 나와 내 동생의 사진을 찍는 것이 어머니의 유일한 사치이자 취미였다. 그 덕에 나와 내 동생의 사진은 꽤나 남아 있고, 앨범도 잘 정리되어 있었다.


그 앨범에 첫 장에는 이국적은 커다란 흑백사진이 한장 있었다. 어린 나는 어머니에게 사진에 대해 물었다. 어머니는 대답했다. "예루살램, 이스라엘의 예루살램 사진이야. 목사님이 주신 사진인데, 언젠간 꼭 가보고 싶어. 그런데 못가게 되니 그냥 앨범에 넣어 둔거야." 그 사진은 독실한 크리스찬인 어머니의 '불가능한 소원'이었다. 어린 나이라 가난은 잘 몰랐지만 당시 우리집 사정에 해외여행은 불가능 하다는 정도는 나도 어렴풋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작년 설, 우연히 앨범이 눈에 들어왔다. 옛 생각이 떠올라 앨범을 펼치니 그 사진은 앨범 앞을 그대로 차지하고 있었다. 눈물이 왈칵했다. 그 앨범 뒤에는 예전 내 기억엔 없던 어머니의 젊은 시절 사진부터 우리의 어린시절 사진이 이야기처럼 펼쳐졌다. 20대 꿈 많던 젊은이가 자식을 키우느라 70이 되었고, 그러느라 언젠가부터 불가능하지 않아진 소원도 이루지 못했던 것이다.


어제 저녁 어머니가 이스라엘로 떠났다. 난 작년 설 이후로 예루살램으로 어머니를 보내드리기 위해 돈을 모았다. 아버지는 15년 전 돌아가셔서 한편으로 마음이 아팠지만, 효도의 대상을 집중할 수 있는 것은 경제적으로 한결 가벼웠다. 돈을 받으며, 떠나며 어머니는 나에게 미안해했다. 나 역시 가끔은 모으는 돈을 나를 위해 쓰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어머니의 20대를, 그리고 어린시절 내가 다니던 두 유치원을 생각했다. 어머니는 충분히 자격이 있었다. 난 한편 뿌듯하고, 한편 죄송스럽다. 어머니의 이번 여행이 힘들지 않길, 그리고 즐겁길 너무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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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ine 2017. 4. 13. 11:19

스스로 빛나지 않음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남의 빛을 기꺼이 받아 밤 하늘을 밝히는 너는 얼마나 떳떳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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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데이

Imagine 2017. 4. 13. 11:19

준 것은 사탕
주고 싶은 것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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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얼마 전 수선한 양복을 입고 나왔다.
집회 때문인지, 행사 때문인지 길은 하염없이 막혀 가던 길을 되돌아 목적지로 갔다.
친구 둘은 결혼을 하고, 후배 한 명도 결혼을 했다하고, 다른 후배 한 명은 일주일 후에 결혼을 한다고 한다.
집에 돌아와 수선한 양복을 벗고 고양이를 안아주고 티비를 봤다.
잠시 눈을 붙였다 일어나 운동복을 입고 사료를 챙기고 운동을 하러 나왔는 데, 한 시간 늦은 만큼 밤 공기가 차다.
고양이가 있는 곳에 가니 누가 치우지 말아 달라는 간곡한 부탁이 붙은 '별이와 달이의 집'을 치웠고, 어제 본 세 마리의 고양이 가운데 별이인지 달이인지 아니면 다른 이름의 고양이인지 모를 한 마리의 고양이만 나에게 다가와 얼굴을 부빈다.
다시 가던 길을 갔다 되돌아 왔는데도 아까 그 고양이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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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해변에서 혼자

Imagine 2017. 4. 13. 11:17

1. 누구라도 보면 부정 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독과 한 배우의 '경험 혹은 감정'으로 생각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2. 잘생긴 남자를 많이 만나보고 충분히 놀아 본 영희는 "잘생긴 남자는 얼굴 값 한다"는 말과 함께 "나 답게 살고 싶다"고 이야기 한다. 남의 눈치보지 않고 나 답게 산다는 것은 대중의 눈에 누구보다 많이 노출되고, 인간 그 자체보다 가십거리로 취급 받는 배우에겐 얼마나 꿈 같은 일일까?


3. 홍상수 영화 특유의 술자리 장면은 이번에도 빛난다. 특히 마지막 부분, 감독과 영희의 술자리 연기는 숨이 막힐 것 같다.


4. 주인공은 항상 약간 배가 고프다. (당연하지만)성적 욕망도 있음도 스스럼없이 밝힌다. 인간은 욕망과 결핍이 있어 더 다채로운 방법으로 거지 같을 수 있다.


5. 대화 사이의 약간의 유격, 거기서 오는 묘한 긴장감. 너는 내가 될 수 없고, 나도 네가 될 수 없다. 서로를 다 이해하는 것 같지만 어쩌면 다 자신의 이야기만을 할 지도 모른다.


6. '맥스'에서 협찬을 받은 것 같은 데, 자막이 끝까지 지켜보았음에도 나오지 않아 살짝 놀랐다.


7. 밤의 해변에서 혼자 있는 그녀는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 밤의 해변에 혼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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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때인지 고1 때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신해철이 음악도시라는 프로그램을 진행 할 때 이야기다. 게스트로 김종서가 나와 롹(난 이렇게 발음한다)음악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히) 레드제플린을 소개하는 순서가 왔다. 소개한 앨범은 4집이다. 신해철과 김종서 모두 극찬을 했다. 그리고 틀어준 음악이 블랙독이다. 둘은 당연히 스테어웨이 투 해븐을 틀어야 하지만 7분 40여초가 되는 곡이라 방송시간 상 틀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나온 블랙독에 난 매료 됐다. 아마 다음 틀어준 노래는 락앤롤인 것 같다. 역시 흠뻑 빠졌다. 당연히 스테어웨이 투 해븐이란 노래가 궁금했다. 밤에 잠도 오지 않았다.


다음 날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레코드 가게에 가서 용돈을 탈탈 털어 레드제플린 4집 CD를 샀다. 이후 집으로 향하는 길의 시간은 그때까지 내 인생에서 가장 천천히 흘렀다.


당시 우리집엔 어디서 구해 온 낡은 전축이 하나 있었다. 거기에 씨디를 넣고 4번째 곡 스테어웨이 투 해븐을 틀었다. 신해철과 김종서가 틀렸다. 그 곡은 8분 1초였다. 이건 나중에 안 사실이고.. 암튼 난 이 노래를 10번은 반복해 들었다. 


나의 레드제플린 사랑이 시작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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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Imagine 2017. 1. 13. 12:56

이 영화는 극적인 반전빠른 전개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대신 작은 떨림옅은 파장작은 변화를 찾는 사람이라면 강력히 추천한다(전자가 저열하고 후자가 훌륭하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캐롤과 테레즈는 모든 면에서 다르다캐롤은 태어나면서부터 부유한 사람처럼 보이고테레즈는 빈곤하진 않지만 부유함은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으로 보인다캐롤을 모피코트를 걸치고 백화점에 나타나 비싼 신형 기차 장남감을 아무렇지 않게 사는 사람이고테레즈는 백화점 경영진의 선물인 산타 모자를 억지로 쓴 종업원이다둘 사이의 이런 사회적 관계(계급적 차이)는 이 둘의 첫 만남을 수평적일 수 없게 만든다.

 

이들의 수직적인 관계는 둘 사이의 행동에서도 나타난다캐롤은 고급식당에서 메뉴판도 보지 않고 음식을 주민하는 사람이고테레즈는 메뉴판에서 음식을 고를 수 없어 메뉴판을 보지 않는 사람이다심지어 테레즈는 캐롤의 집에 손님으로 갔지만 자연스럽게 차()를 준비하고캐롤을 그것을 신경쓰지 않는다심지어 트루즈는 시키지도 않은 담배 심부름을 자처하기도 한다이들의 관계는 수평적이지 않다.

 

성 정체성이란 부분에서도 이들의 관계는 수평적일 수 없다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잘 알고 있는 심지어 그것 때문에 이혼 소송을 준비하는 캐롤과 달리테레즈에게 동성애는 두렵고낯선하지만 강렬하게 끌리는 어떤 것이다확신을 갖고 접근하는 캐롤과불안과 혼란 속에서 캐롤을 받아드리는 테레즈의 관계는 수평적일 수 없다.

 

하지만 테레즈의 용감한 선택 이후 이들의 관계는 수평적으로 변화한다(테레즈의 선택에 용감한이란 수사를 붙인 것은 영화가 다루는 시대가 1950대 이기 때문이다). 테레즈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아니 이해하려 하지 않는 남성들에게 과감히 이별을 고한다남자들의 행위가 별로 여서 이별을 고한 것인지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별을 한 것인지그것도 아니면 그냥 자신을 찾는 과정이었는지이성애자 남성인 내 입장에서 100% 이해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테레즈는 선택 이후 망설이지 않는다테레즈는 같이 여행을 가자는 캐롤을 제안을 망설임 없이 받아 드렸고먼저 한 방을 쓰자고 제안했다잠자리로 먼저 유혹한 것도 테레즈다물론 이후 혼란을 맞이하긴 하지만그것은 캐롤과의 관계 때문이 아니라자신 때문에 캐롤이 위태로운 처지에 놓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하나는 캐롤과 테레즈의 초창기의 모습이다이들의 사회적 지위의 차이는 꼭 남녀관계가 아니더라도 연인 사이에 권력관계가 계급에 의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이런 이들의 권력 관계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으로 곧 무너지지만 말이다아무튼 영화는 권력의 문제가 사회 계급의 문제혹은 시스템의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계속 테레즈의 이야기를 했지만캐롤 역시 용감하고 과감했다캐롤은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딸의 양육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는다딸보다 테레즈를 더 사랑해서가 아니다캐롤의 선택은 자신이 행복하지 않으면 세상 무엇도 행복할 수 없다는 선언과도 같았다내 행복은 남이 결정해 주는 것이 아니다.

 

캐롤은 메시지뿐만 아니라 영상도 훌륭하다캐롤의 집에 가는 차 안에서 테레즈의 몽환적이고 혼란스러운 시선은 그 자체로 테레즈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보여준다그리고 내가 본 것이 맞다면 처음 캐롤과 테레즈가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보이는 미묘한 시선의 높이 차이는 마지막 식당 장면에선 수평적으로 바뀐다이런 세심한 차이는 둘의 관계 변화를 보여주는 또 다른 장치이기도 하다.

 

세상의 미묘한 권력관계동성애사랑성장, ‘캐롤은 한 편의 영화에아름다운 영상으로 이 모든 이야기를 너무나 세심하게 녹여냈다다시 한 번 보고 싶은 영화다.

 

 

이 영화를 극장이 검사외전과 쿵푸팬더에게 점령당해 못볼 뻔 했다고 생각하니 아직도 화가 난다


2016.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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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기다리다

Imagine 2016. 12. 2. 23:51

아침을 기다리다
방에 있는 것보다 광장에 서면 
아침이 더 쉽게 올 줄 알고 나갔는데
아침은 시간이 되어야 오는 것이고
시간은 사람들이 끌어 오는 것이니 
사람도 시간도 아직은 때가 아닌가보다라고 생각하고 집에 들어갔다가
그래도 방보다는 광장의 아침이 빠르겠지라고 생각하고 
다시 나가자라는 마음을 먹고 나갈 준비를 하는데
마음은 왜 이리 걸리는 것이 많은지
평소 기대하지도 않던 것에 기대도 하게 되고
내가 과연 자유로운가라는 평소 하지 않던 근본적인 물음도 던져보는데
이내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니 아침은 더 간절하고
그래서 다시 나갈 준비를 하려니 아직 밤도 멀어 
나아가야 할 시간도 기다려야 하고 
그 전에 할 일도 해야 한다는 것에 생각이 닿아
할 일이라는 것을 하려보니 
남의 글을 읽고 점수를 주는 일인데
그 글들이 별로 재미가 없어 하기가 싫어
이렇게 나도 재미없는 글을 쓰며
다 쓰면 재미있는 책을 읽어야지 생각하면서
다시 남의 글 읽을 읽을 생각을 하는 것이 우습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남의 글 읽고 점수를 줄 걱정도 떠나지 않으니
어느 시간은 또각또각 잘만 가고
어느 시간은 한없는 기다림이고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밤은 더 깊어가고
아침은 더 가까워지는데 
갑자기 기다리던 아침이건만 
아침엔 아침의 걱정이 있겠지라는 걱정이 드는데
에이 그건 아침에 걱정하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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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

Give Peace A Chance 2016. 11. 25. 18:43

아침에 일어나 본 하늘이 흐렸다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밥을 먹었다
일을 하러 나가 아이들을 만났다
오늘따라 아이들 눈을 마주 볼 수 없다
아이들을 배불리 먹여 보냈다
길을 걸으니 흐린 하늘이 어둑해졌다
다시 아이들이 보였다
저 아이들은 배불리 먹었을까?
아이들 볼 낯이 없어 따라 걸었다
집에와서 청소를 하고 샤워를 했다
밤이 깊었지만 어둠은 더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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