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22.03.26 다정한 아침 1
  2. 2019.07.24 고양이와 쥐
  3. 2018.01.24 아침

다정한 아침

A Day in The Life 2022. 3. 26. 12:28

다정한 아침

1. 봄비
어제 즐겁게 술을 마시고 살짝 들떠 잠이 들었는데, 창에 바짝 붙어 있는 내 침대에서 들리는 수선스러운 빗소리에 잠을 뒤척였다. 짜증이 날만도 했지만 밤의 빗소리는 좋아하는 사람의 옆에 다정하게 누워 떠는 수다 같아, 계속 듣고 있고 싶은 생각이 든다.

2. 반려묘 마리
기분 좋은 빗소리에 약간의 선잠을 깨우는 것은 마리다. 주말을 모르는 마리는, 늘 캔을 따 주는 시간에 맞춰 나를 깨운다. 깨우는 방식이 꽤나 다정한데, 조용히 다가와 얼굴을 부비거나 그것도 안 되면 뽀뽀를 하기도 한다. 평소에는 하는 뽀뽀도 피하지만, 아침 시간만은 더 없이 다정하다.

3. 책과 커피
일어나 어제 먹은 술자리를 정리하고 밥을 먹는다. 그리고 커피를 내려서 어제 선물 받은 책을 읽었다. 그 사람은 내가 록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니 록 음악의 역사를 담을 책을 선물 해줬다. 정보량이 많은 이 책은 지난 번 받은 "대도시의 사랑법"같이 단숨에 읽을 책이 아니다. 빨리 읽고 소감을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오래도록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 기분이 나아진다. 취향에 맞춰 선물 받은 책에서 다정함을 느낀다.

4. 빨래와 햇살
이번 주는 바빠서 빨래가 밀렸다. 빨래바구니에 담아둔 빨래를 구분하여 담고 빨래를 한다. 세탁기에 넣을 것은 세탁기에 넣고, 손 빨래할 것은 따로 챙긴다. 그렇게 빨래를 하고 세탁기가 다 돌아가길 기다려 건조기에 빨래한 것을 넣는다. 건조기가 윙- 소리를 내며 돌아가니 아침 일찍 일어난 피로가 살짝 묻어 나온다. 이제는 비가 그치고 햇살이 드는 창가 옆 침대로 가서 눕는다. 햇살이 다정하게 내리 쬔다.

5. 다시 마리
오랜만에 내가 집에 붙어 있는 것이 좋은지 마리는 평소보다 더 많이 나를 졸졸 따라 다녔다. 그리고 내가 침대에 눕자 내 왼쪽 머리 맡을 찾아 자기도 눕는다. 난 다정하게 마리의 이름을 부르며 누워 있는 마리를 만진다. 마리는 내 손길과 목소리에 기분이 좋은지 그르렁 거리며 잔다. '아. 이 아침을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급히 일어나 아이패드를 켜고 글을 쓴다.

덧.
다 써가는데, 얼마 전 상을 치른 사촌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형, 고마워. 나중에 내가 술 사러 갈게" "내가 뭘 한 게 있다고" "아니야. 형. 정말 고마워" 이 대화 속에도 다정함이 있다. 봄비, 고양이 마리, 책과 커피, 빨래와 햇살, 사촌 동생의 전화 이래저래 다정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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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꿈 이야기이다

지나가는 데 흰색에 갈색 무늬가 있는 예쁜 생쥐 한마리가 보였다. 곧 그 뒤를 흰색에 노란 무늬를 한 고양이가 쫓았다. 쥐는 대문 위로 올라가 이어진 담장으로 도망갔는데, 고양이는 쥐를 금방 따라 잡았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그런데 쥐를 바로 앞에 두고 고양이는 쥐를 잡지 못했고, 쥐는 유유히 사라졌다.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고양이가 내 앞을 지났는데, 앗뿔싸! 그 고양이는 두 눈이 멀었고, 너무 말라 곧 죽을 것 같아 보였다. 아까 그 예쁜 쥐를 놓친 것이 그 고양이에겐 목숨이 걸린 일이었던 것이다. 고양이와 쥐. 자연의 생태는 냉혹하다지만, 그 안에서 누구의 편을 들 수 없던 상황과 알 수 없는 기분을 느끼며 꿈에서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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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A Day in The Life 2018. 1. 24. 08:20


문득 잠에서 깼다. 그것은 꿈이었다. ‘아 꿈이었구나’라고 생각하는 찰나, 난 꿈을 잊었다. 꿈에 나왔던 그녀의 정체는 이제 알 수 없다. 어쩌면 다음 꿈에 다시 등장할 지도 모른다. ‘그녀와 무엇을 했지?’ 그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마냥 좋았다는 느낌만 남아있다. ‘기억해야 하는데... 아니 기억하고 싶은데..’라고 생각하지만 부질없다는 것도 안다. 그렇다. 꿈을 기억하는 것은 부질없다. 기억난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누군지도 모를 사람과 무언지도 모를 일을 한 것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하지만 남은 기분은 현실보다 생생하다. 옆에서 무언가가 뒤척인다. 고양이다. 이것은 현실이다. 고양이는 내 호흡만으로 내가 잠에서 깨어난 것을 감지한다. 혹 고양이가 내 꿈을 보았을까? 고양이가 본 내 꿈은 어떤 모양일까 궁금해진다. 혹은 고양이의 꿈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고양이는 내가 일어나지 않을 것을 깨달은 듯, 일어나 나를 본격적으로 깨울 준비를 한다. 난 잠결이니 다시 잠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눈을 질끈 감는다. 아마 나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모양이다. 고양이의 숨소리가 들린다. 숨소리를 애써 무시한다. 갑자기 창틈에서 찬바람이 들어온다. 찬바람에 꿈의 기분도 기억만큼 멀어진다. 이제 나를 내려다보는 고양이에게 아침을 줘야하는 시간이다. 내가 일어날 마음을 먹은 것을 고양이는 또 알고 있다. 침대 밑으로 내려가 밥을 달라고 칭얼댄다. 아침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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