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찝찝한 꿈이야기.
어떤 후보의 유세장에 갔던 것 같다. 어느 버스 앞을 지나가는데, 핸드폰이 떨어져있었다. 같이 갔던 사람(누군지 기억이 안난다)이 나에게 그냥 가다가 경찰한테 맡기고 가자고 했는데, 난 분명히 버스에 탄 사람 중 한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해서 버스에 올랐다.
버스 내부는 그야말로 럭셔리했다. 테이블이 곳곳에 놓여있고, 그곳을 둘러 의자가 놓여져 있는 버스였다. 내가 타서 핸드폰 주인 계신가요? 라고 묻자, 어떤 사람이 나를 제지하면서 핸드폰을 빼았았다. 그러더니 핸드폰 주인을 확인했다. 그러던 와중에 내 앞에 있는 어떤 여자가, '기사 출발하세요~'라고 말했다. 난 '잠시만요? 저 내려야 하는데요?'라고 하자 그 여자는 다시 '그냥 가세요'라고 말했다. 내부 분위기에 왜인지 모르게 위축된 나는 그냥 버스를 타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내부를 살펴보니, 앞에 서 뒤쪽을 바라보던 내 시아에서 보면 바로 앞에 뒤를 보고 앉아 있던 기사에게 출발을 하자고 했던 여자가 있었고, 그 테이블에는 딸로 보이는 여자도 있었다. 그 다음 테이블에는 역시 뒤쪽을 보고 앉아 있는 남자가 있었고, 20대로 보이는 예쁜 여자들이 5명정도 앉아 있었다.
버스가 한참을 가자, 집에 갈 생각에 불안해진 나는 다시 내려야겠다고 말을 했다. 그러자 기사에게 출발하자고 말했던 여자가, '이 의원(솔찍이 이 의원은 이름까지 기억나는데 여기선 생략) 이 분에게 사례금 좀 주세요.'라고 말했다. 난 일단 사양했다. 핸드폰 주워준 것 갖고 무슨 사례냐고 하면서 여기가 어딘지 모르니 정 돈을 주시겠다면 택시비만 달라고 했다. 그 때 그 의원이 나를 보고 일어서며-이때 그 이름과 얼굴이 정확히 일치했다- 돈봉투를 건냈다. 얼핏봐더 두툼한 봉투였다.
난 잠시 갈등했다. 꿈이라 그래서일까, 봉투를 열어보지 않았는데도, 수표와 현금이 새 돈으로 두둑하게 들어있다는 것을 알았다. 얼핏봐도 1000만원 이상 된것 같았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20대 여자 5명, 그 여자의 딸, 내게 핸드폰을 빼앗았던 사람, 그 의원까지. 오직 그 여자만은 나를 처다보지 않았다. 솔찍히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들의 시선 때문이었을까 난 다시 사양했다. '무슨 핸드폰인지는 몰라도, 그 핸드폰 찾아 준 것으로 이런 돈을 받을 이유는 없다'고 이야기 했다. 그 의원이 다시 말했다. '그냥 받으세요! 정말로 안 받으실겁니까?' 난 다시 갈등했다. 갑자기 돈을 받아야할 모든 이유가 떠오르며 합리화가 시작됐다. 예를 들면 '이 돈이면 어머니가 그렇게 가고 싶어하던 성지순례도 보내드릴 수 있다' 따위의..
결국 난 집에서 점점 멀어져간다는 궁색하고 비참한 이유를 대면서 돈을 받았다. 아마 그때 나를 보던 사람들은 '그럼 그렇치'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 여자는 얼굴을 끝까지 보지 못했지만, 아마도 표정하나 변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돈을 받자 버스가 섰고, 나를 내려줬다.
버스를 타고 한참을 왔는데, 결국 온 곳은 경기도 광주의 외각 쯤이었다. 광주는 여전히 나에게 낮선 곳이고, 난 그곳에서 택시를 잡으려 했다. 손에 봉투를 꼭 쥐고. 그러면서 다시 갈등이 생겼다. '내가 고작 이거 밖에 안되나? 그 의원실을 찾아가 돌려주자.'와 '이 돈으로 효도나 하자.'란 갈등. 그 와중에 택시는 잡히지 않았고, 난 여전히 봉투를 손에 꼭 쥐고 있었다. 그 이후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마도 갈등을 계속했던 느낌만 있다. 꿈에서 깨었을 때, 내 손에 역시나 봉투 따윈 들려있지 않았다.
꿈에서 깨어나 생각해보니, 무슨 비리를 덥어준 것도, 못볼 것을 본 것도 아니었는데, 그들은 왜 나에게 그리 큰 돈을 주었으며, 나는 그 돈 받는 것을 왜이리 부끄러워 하며 받으려 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돈을 받을 때 사람들의 '그럼 그렇치'하는 표정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2012.12.05.
'꿈'에 해당되는 글 9건
- 2022.12.05 꿈 속, 비굴했던 나.
- 2022.07.25 꿈에서 잃어 버린 마리.
- 2022.03.09 더 이상 하늘을 날지 못하게 되었다.
- 2022.02.22 꿈 이야기.
- 2020.09.05 생생한 군대 꿈
- 2019.09.05 꿈이야기
- 2019.07.24 고양이와 쥐
- 2018.01.24 아침
- 2018.01.21 夢中喪 1
마리를 잃어버렸다(물론 꿈이다).
나는 다급히 문 밖으로 나갔는데, 집 밖으로 나가니 지금 사는 집이 아니라 전에 살던 집의 풍경이 펼쳐졌다. 그곳에 살 때 마리는 잠시 나와서 계단 밑에 숨은 적이 있어 그곳부터 찾아봤는데 없었다. 뭔가 조금 절망스러워 건물 밖으로 나갔는데, 엄청난 평원이 펼쳐져 있었다.
일단 주변을 살펴보는데 엄청 큰 동물들이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처음보는 동물들이었다. 어떤 검은 동물은 등에 새끼 네 마리를 태우고 있었는데, 조금 귀엽게 생겨서 가까이서 보려고 하니 새끼들이 어미의 등 속으로 '뽕'하고 사라졌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마리를 찾기는 너무 힘들어 보였다. 그리고 멀리서는 호랑이 같은 맹수도 나에게 다가 오고 있었다.
'마리가 잡아 먹혔을 수도 있겠다'라고 슬퍼하는 와중에 '나도 잡아 먹힐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도망갈 궁리를 하는데 집채만한 털복숭이 동물이 내 옆을 지나갔다. 털은 마치 드로드록스(일명 레게머리)를 한 것처럼 꼬여 있었는데, 나는 그 털을 붙잡고 그 동물에 바짝 붙어 그곳을 벗어났다.
잠시 한숨을 돌리고, 하늘을 나는 동물과 이야기를 한 후(응?), 그 동물을 타고 하늘을 날으며 마리를 찾아 다녔는데, 역시 하늘에서 작은 마리를 찾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결국 나는 하늘에서 내려와서 킵차크 반도 윗쪽 땅(거기는 왜..)에 내렸는데, 누군가 나에게 막 화를 냈다. 이 땅을 보호하기 위해 커다란 천을 반드시 덮어 두었는데, 내가 와서 흐트러졌다는 것이다. 나는 사과를 하는 와중에도 마리를 찾을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그는 툴툴거리더니 이 천을 다시 피는 것을 도와 주면 자신도 찾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천을 펴다가 힘들어서 잠에서 깼는데, 마리가 옆에서 자고 있다. 허탈하기도 하고,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천을 같이 피던 사람이 정말 마리를 찾게 도와주지 않았나 싶기도 했다. 잠에서 아직 덜 깨서 조금 더 잠을 청하려는데, 마리가 간만에 뽀뽀를 한다. 꿈에서 고생해서 고맙다는 것이 아니라 배가 고프니 밥을 달라는 신호이다. 일어나지 않자 '야옹'거리기 시작한다. "내가 꿈이지만 너 때문에 무슨 모험을 했는 줄 알아?"라고 말해봤지만 소용이 없다.
몇 년 전까지 하늘을 나는 꿈을 자주 꿨다.
꿈에서는 하늘을 나는 일은 아주 쉬웠다.
‘날아야지’라고 생각하고 몸을 하늘로 향하면
내 무거운 몸은 마치 무중력 상태에 온 것처럼 둥실 떠올랐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중력을 느껴지지 않는 해방감은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을 만큼 좋았다.
슈퍼히어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난 그저 날 수만 있었을 뿐이므로,
자전거를 타는 정도의 속도로 하늘을 날아 이동할 수 있었다.
주로 서울 시내를 날아 다녔다.
높은 곳에서 보는 서울의 풍경은 낯설고도 익숙했다.
목적지에 도착해 사뿐 내려앉으면
내려앉기 전부터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렸는데,
가장 힘든 순간은 바로 그때였다.
날아오를 때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 날 수 있었지만
내려앉을 때는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계속 따랐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자유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가끔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한 적도 있다.
그때는 꽤 멀리 여행을 갔다.
지리산 위로 떠올라
구례의 연곡사도 가고, 하동의 쌍계사도 갔다.
그렇게 친구들과 예전에 여행하던 곳들을 날아서 같이 가곤 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하늘을 나는 꿈을 꾸지 않는다.
꿈이 사라진 것일까.
삶에 지쳐 꿈에서라도 날 수 있던 원동력을 잃은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더 이상 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일까.
이것은 꿈 이야기이다.
어떤 여성과 둘이 술을 마셨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마시다 술에 취했고, 일어나 보니 그녀의 집이었다. 그녀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었다. 민망함에 어쩔 줄 몰라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그녀의 부모님은 대수롭지 않게 아침을 먹자고 했다. 특히 아버님은 “자네 해장은 하고 가야지.”라고 말했다. 당황함에 나는 “괜찮습니다.”라고 말하고 급히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그녀도 나를 따라 나왔다. 그녀 역시 말했다. “해장은 해야죠. 같이 가요.”
그렇게 간곳은 식당이 아니라 내 집이었다. 그리고 왜인지 모르게 그곳에는 어머니와 동생 내외가 모두 와 있었다. 나는 다시 당황했지만, 그녀와 우리 가족은 아무렇지 않게 서로 인사를 했다. 그녀는 원래 하던 일인 듯 고양이 식기를 들어 주변을 정리하고 닦았다. 문득 그제야 저 사람이 내 아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처음 보는 사람이었지만.
갑자기 해장보다 샤워가 하고 싶었다. 들어가 씻고 나오려는데, 우리 가족은 모두 가고 그녀만 남았다. 그리고 난 갈아입을 옷을 가지고 들어가지 않았다. 민망함에 나가지 못하고 있자, 그녀가 다시 말했다. “그냥 나와요. 괜찮아요.”
식탁에는 단촐하지만 정갈한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밥은 내가 해도 되는데..” 나는 미안함에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답했다. “누가 하면 어때요?” 난 그제야 그녀가 어색하지 않게 느껴졌다. 그리고 꽤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었다.
잠에서 깼다. ‘아, 꿈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이 꿈을 잊기 싫어, 누워서 계속 꿈을 되새겼다. 그래도 그녀의 얼굴은 흐릿하다. 남은 것은 저 디테일한 기억뿐이다. 저 기억이라도 남겨두려고 아침부터 두서없는 글을 쓴다.
꿈이야기.
전쟁이났다.
난 주의 사람들과 함께 근처 학교로 피신해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에게는 총이 주어져있었는데,
더 이유는 알 수 없게 총알은 주어지지 않았다.
학교 창 밖으로 포격 소리가 들리고 총알이 교실로 날아 들었다.
난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포복으로 총알을 구하러 상황실을 찾아 나갔다.
가다가 한 미군을 만나 총알을 달라고 하려 했는데,
총알이 영어로 뭔지 기억이 안났다(이런 쓸때 없는 디테일이란..).
그 미군은 총의 '공이'를 분해 하는 방법을 나에게 설명해줬는데,
불행이도 난 꿈 속에서(아니 어쩌면 현실에서도) 공이 분해법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안녕을 하고 어찌 어찌 학교 밖 운동장에 있는 상황실을 찾았다.
상황실에 거의 다달았는데 하늘에서 이상한 것이 보였다.
박격포탄 같은 것이었다(실제포 날아오는 포탄이 보이는 지는 모른다).
난 상황실로 뛰어가는 걸음을 필사적으로 돌려 반대로 뛰었다.
그리고 곧 상황실로 포탄이 떨어졌다.
상황실은 아비 규환이 됐고, 난 포탄 파편을 다리에 맞은 듯했다.
더더욱 총알이 간절했다.
상황실로 들어가니 시체와 무전기가 널부러져 있었다.
난 어찌어찌 시체들에서 탄창을 챙겨 다시 기어서 교실로 돌아왔다.
돌아오고 얼마 되지 않아 전쟁은 끝났다.
난 사람들과 버스에 올라타 집으로 돌아가는데,
한 공무원이 말했다.
"내일 민방위 훈련 나오셔야 합니다."
난 화가 나 말했다.
"민방위라는게 전쟁을 대비한 훈련인데, 오늘 전쟁 겪은 사람에게 또 훈련을 나오라고요? 면제는 못해줄 망정?"
버스 안 사람들은 내 말에 환호로 답했고,
공무원은 머쓱하게 '한 번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그렇다. 난 예비군도 아니고 민방위였는데 손에 총을 쥐고 총알을 구하러 다녔던 것이다.
잠에서 깼다.
민방위가 되서도 이런 꿈을 꿔야 하는 분단된 나라에 사는 것이 문든 불행하게 느껴졌다. 내 무의식엔 항상 이런 불안감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리고 왜인지 모르게, 꿈에서 파편에 맞은 왼쪽 허벅지가 찢어질 듯 아팠다.
오늘 새벽의 일이다.
2015.09.05.
꿈이야기.
전쟁이났다.
난 주의 사람들과 함께 근처 학교로 피신해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에게는 총이 주어져있었는데,
더 이유는 알 수 없게 총알은 주어지지 않았다.
학교 창 밖으로 포격 소리가 들리고 총알이 교실로 날아 들었다.
난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포복으로 총알을 구하러 상황실을 찾아 나갔다.
가다가 한 미군을 만나 총알을 달라고 하려 했는데,
총알이 영어로 뭔지 기억이 안났다(이런 쓸때 없는 디테일이란..).
그 미군은 총의 '공이'를 분해 하는 방법을 나에게 설명해줬는데,
불행이도 난 꿈 속에서(아니 어쩌면 현실에서도) 공이 분해법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안녕을 하고 어찌 어찌 학교 밖 운동장에 있는 상황실을 찾았다.
상황실에 거의 다달았는데 하늘에서 이상한 것이 보였다.
박격포탄 같은 것이었다(실제포 날아오는 포탄이 보이는 지는 모른다).
난 상황실로 뛰어가는 걸음을 필사적으로 돌려 반대로 뛰었다.
그리고 곧 상황실로 포탄이 떨어졌다.
상황실은 아비 규환이 됐고, 난 포탄 파편을 다리에 맞은 듯했다.
더더욱 총알이 간절했다.
상황실로 들어가니 시체와 무전기가 널부러져 있었다.
난 어찌어찌 시체들에서 탄창을 챙겨 다시 기어서 교실로 돌아왔다.
돌아오고 얼마 되지 않아 전쟁은 끝났다.
난 사람들과 버스에 올라타 집으로 돌아가는데,
한 공무원이 말했다.
"내일 민방위 훈련 나오셔야 합니다."
난 화가 나 말했다.
"민방위라는게 전쟁을 대비한 훈련인데, 오늘 전쟁 겪은 사람에게 또 훈련을 나오라고요? 면제는 못해줄 망정?"
버스 안 사람들은 내 말에 환호로 답했고,
공무원은 머쓱하게 '한 번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그렇다. 난 예비군도 아니고 민방위였는데 손에 총을 쥐고 총알을 구하러 다녔던 것이다.
잠에서 깼다.
민방위가 되서도 이런 꿈을 꿔야 하는 분단된 나라에 사는 것이 문든 불행하게 느껴졌다. 내 무의식엔 항상 이런 불안감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리고 왜인지 모르게, 꿈에서 파편에 맞은 왼쪽 허벅지가 찢어질 듯 아팠다.
오늘 새벽의 일이다.
이것은 꿈 이야기이다
지나가는 데 흰색에 갈색 무늬가 있는 예쁜 생쥐 한마리가 보였다. 곧 그 뒤를 흰색에 노란 무늬를 한 고양이가 쫓았다. 쥐는 대문 위로 올라가 이어진 담장으로 도망갔는데, 고양이는 쥐를 금방 따라 잡았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그런데 쥐를 바로 앞에 두고 고양이는 쥐를 잡지 못했고, 쥐는 유유히 사라졌다.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고양이가 내 앞을 지났는데, 앗뿔싸! 그 고양이는 두 눈이 멀었고, 너무 말라 곧 죽을 것 같아 보였다. 아까 그 예쁜 쥐를 놓친 것이 그 고양이에겐 목숨이 걸린 일이었던 것이다. 고양이와 쥐. 자연의 생태는 냉혹하다지만, 그 안에서 누구의 편을 들 수 없던 상황과 알 수 없는 기분을 느끼며 꿈에서 깼다.
문득 잠에서 깼다. 그것은 꿈이었다. ‘아 꿈이었구나’라고 생각하는 찰나, 난 꿈을 잊었다. 꿈에 나왔던 그녀의 정체는 이제 알 수 없다. 어쩌면 다음 꿈에 다시 등장할 지도 모른다. ‘그녀와 무엇을 했지?’ 그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마냥 좋았다는 느낌만 남아있다. ‘기억해야 하는데... 아니 기억하고 싶은데..’라고 생각하지만 부질없다는 것도 안다. 그렇다. 꿈을 기억하는 것은 부질없다. 기억난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누군지도 모를 사람과 무언지도 모를 일을 한 것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하지만 남은 기분은 현실보다 생생하다. 옆에서 무언가가 뒤척인다. 고양이다. 이것은 현실이다. 고양이는 내 호흡만으로 내가 잠에서 깨어난 것을 감지한다. 혹 고양이가 내 꿈을 보았을까? 고양이가 본 내 꿈은 어떤 모양일까 궁금해진다. 혹은 고양이의 꿈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고양이는 내가 일어나지 않을 것을 깨달은 듯, 일어나 나를 본격적으로 깨울 준비를 한다. 난 잠결이니 다시 잠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눈을 질끈 감는다. 아마 나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모양이다. 고양이의 숨소리가 들린다. 숨소리를 애써 무시한다. 갑자기 창틈에서 찬바람이 들어온다. 찬바람에 꿈의 기분도 기억만큼 멀어진다. 이제 나를 내려다보는 고양이에게 아침을 줘야하는 시간이다. 내가 일어날 마음을 먹은 것을 고양이는 또 알고 있다. 침대 밑으로 내려가 밥을 달라고 칭얼댄다. 아침이 시작됐다.
누군가 죽어 펑펑 울었다.
그리고 내가 상주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며
다른 이들의 오열을 지켜봤다.
받은 것이 많을 수록, 값은 것이 없을 수록
죽음은 슬픈 것이구나.
세상에 머무는 것은 모두 찰나의 순간이지만
인연의 깊이는 영원만큼 깊구나.
헤어질 것을 걱정 할 것이 아니라
만날 것을 걱정해야 하는구나.
이 꿈 속의 인연을 어찌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