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결혼식 사회를 봐준 유일한 친구가 있다. 가장 친한 친구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 가운데 한명이다. 좋은 직장을 다니는 덕분에 대학원 박사과정에 들어갈 수 있었던 친구는 기말고사가 일찍 끝났다고 내가 사는 동네로 왔다. 두 달 만에 만나는 것이라 맛난 음식도 먹고 술도 한잔 했다. 그리고 우리 집으로 가서 음악 틀어 놓고 다시 맥주를 마시며 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절반은 우리의 인연에 관한 것이었다. 중3때 딱 한 번 같은 반이었던 친구와 나는 졸업 후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대학도 다른 곳에 갔다. 친구는 이공계 전공이고 나는 문과였다. 성격도 정반대였다. 즉흥적이고, 말 많고, 장난기 많은 나와 달리 친구는 신중하고, 말이 없고 유머감각이 없었다(유머감각 없는 건 자기도 인정한다). 그럼에도 이렇게 지금까지 친한 친구로 남아 있는 '인연'에 관한 이야기 였다. 둘 모두 같이 지낸 세월이지만 다시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다.
나머지 절반은 친구의 육아 문제였다. 아이가 둘인 친구에 집에는 현재 부모님이 와 계신다고 했다. 예전에는 어머님만 오셨는데 한 명이 어린이집을 다니고, 막 돌이 지난 둘째는 집에 있기 때문에 둘째와 함께 첫째를 데리러 가는 일이 힘들어서 결국 아버님까지 오시게 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친구의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모두 올라와서 아이를 돌본 적도 있었다.
친구 부부는 모두 꽤 돈을 잘 버는 직장에 다닌다. 결혼 6년차인 친구부부는 서울 외각이라면 벌써 집을 샀을 수도 있지만, 육아 때문에 여의도에서 반전세의 형태로 거주 중이다. 제수씨 직장이 여의도이고, 직장에 직장어린이집이 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다(참고로 친구의 직장은 분당). 둘이 돈을 꽤 잘 버는데다 직장어린이집까지 갖춰져 있지만 아이 키우기는 만만치 않은 것이다.
적응 시키면 된다지만, 첫째도 4시면 데리고 온다고 한다. 어린이집에서 잘 놀긴 해도 역시 집을 가장 좋아해서 어차피 부모님(양가 중 어느 쪽이던)이 와 계시는 것이면 미리 데리고 가는 것이 정서상 좋을 것 같아서라고 한다. 둘째가 태어난 후로는 둘째와 지내는 시간을 늘리려는 계산도 있다고 했다. 친구는 이것이 가능한 것을 둘 모두의 수입이 괜찮고, 양가 부모님이 모두 현업에서 은퇴 하셨기 때문이라고 분석(?) 했다. 정확한 액수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양가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도 적지는 않은 것 같다.
동생과 다른 친구들이 생각났다. 동생은 2월이면 쌍둥이를 출산한다. 동생 내외도 한동안은 맞벌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나야 동생 인생에 크게 관여하지 않으며 살지만, 친구의 육아 이야기를 들으니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나마 동생네는 작지만 자기 집을 갖고 있다. 다른 친구들도 만만치 않다. 두 부부의 직장이 집과 너무 멀어 일찍부터 아이를 오랫동안 다른 곳에 맡겨야 하는 상황도 있고, 당장은 첫 번째 친구처럼 양가 부모님이 맡아 주지만 부모와 떨어지고 싶지 않아하는 아이를 걱정하는 친구도 있다.
낳으면 알아서 크는 시대는 지났다. 그렇다고 한 명만 벌어가며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을 가진 사람도 많지 않다. 아이를 낳은 친구들은 아이 때문에 너무나 행복해하지만, 그만큼의 걱정도 함께 한다. 아이는 사랑스럽다. 낳아보지 않는 나도 아이들의 웃는 얼굴만 봐도 행복해 질 때가 있다. 하지만 낳고 키우는 것은 현실이다. 출산율은 돈 몇 푼 지원한다고 오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좋은 환경에서 행복하게 아이가 자라길 바라는 친구들과, 동생 부부와, 이 땅의 모든 부모의 바람이 이뤄지길 기원한다(뭐 기원만 한다고 될 일은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