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을 풀어 키우면 진드기가 붙지 않는다. 당연히 살충제를 쓸 필요도 없다. 그런데 움직일 수도 없는 비좁은 닭장 안에 닭을 넣어 키운 것은 '싼 달걀'을 공급하기 위함이었다. 우리 대부분도 '달걀은 싼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을 것이다. 나부터도 그렇고.


닭을 풀어 건강하게 키우고, 건강한 달걀을 생산하는 것은 지금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일부 농가에서 진행 중이다. 문제는 우리가 싸다고 생각하는 달걀을 비싸게 주고 사 먹을 준비가 되어 있냐는 것이다.


달걀만이 아니라 모든 것이 마찬가지이다. 더 많은 복지를 위해서는 더 많은 세금을 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더 안전한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선 더 비싼 전기요금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싸고 좋은 제품은 없다. 물론 유통마진을 줄이고, 기술을 혁신해서 제품의 가격을 내릴 순 있지만, 근본적으로 싼 제품이 좋을리 없고, 적은 돈을 지불한 노동에서 높은 생산성을 기대할 수 없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엄청난 혁신-기술이던, 유통이던 -이 있었거나, 엄청난 착취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그렇게 제 값을 주고, 안전하고 좋은 제품, 정당한 노동을 구매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2017.08.21)

Posted by beatles for s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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