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석 선생님이 쓴 독립운동 열전을 모두 읽었다. 최근 굉장히 바빴는데, 책을 손에 쥔 후에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에서 손을 놓기 어려웠다. 결국은 쉬는 시간을 독서시간으로 삼았다. 


책의 내용 중 눈보다 마음에 들어온 것은 연구자가 가진 인물들에 대한 애정이다. ‘잊힌 사건’과 ‘잊힌 인물’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지만, 결국 모두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일제강점기라는 사회경제적 조건 속에서 독립운동가들이 어떤 고민을 했는지, 그 고민의 결과 그들의 행동이 어땠는지를 책은 생생하게 묘사한다. 마치 그 사람을 옆에서 보는 것 같다. 


소설이 아니기에 이런 묘사를 위해서는 수많은 사료가 기초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그 방대한 사료를 보고 정리한 것을 어떤 식으로 서술하여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은 필수적일 것인데, 그 고민은 대상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 책의 서술은 인물 하나하나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하다. 그러면서도 객관을 유지하려고 하였으니 얼마나 많은 고민이 담겨 있는 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것 같다. 


10여 년 전 비오는 날 연구실에서 선생님과 이야기한 적이 있다. 당시 선생님은 그리스 비극과 희극을 읽고 계신다고 했다. 비극은 질 것을 알면서도 신에 맞서는 인간, 희극은 권력에 대한 풍자라고 말씀하시며, 독립운동가를 비극으로, 친일파 등을 희극으로 써 보고 싶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는데, 이 책에는 그런 선생님의 고민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를 인문학이라고 한다. 결국 인간의 이야기이다. 다만 그 인간을 알기 위해서는 그들이 살았던 사회경제적 조건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없으면 그들의 행동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 시대에 대한 연구자들의 고민과 문제의식도 분명해야 한다. 문제의식이 불분명하면, 이야기 하려는 바를 알기 어렵다. 사료에 대한 이해는 역사학의 기초이지만, 늘 어려운 과제이다. 그래서 가끔 스스로도 공부를 하다보면 길을 잃는다. 어떤 순간에는 사료를 놓치고, 어떤 순간에는 사회경제적 조건을 망각하고, 그러다보면 인간을 빼먹는다. 


선생님의 『독립운동 열전』은 쉬운 문체로 재밌게 읽을 수 있지만, 그 무엇 하나 빠져있지 않았다. 문체는 쉽지만 생각할 거리는 많아, 여운도 깊게 남았다. 늘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책을 읽으며 스스로의 부족함을 느낀다. 그리고 책 속의 인물들의 고민과 행동을 곱씹으며 이 시대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 


역사가 ‘과거와 현재의 대화’인 이유를 역시 이 책을 보며 새삼 느꼈다. 다시 공부를 시작하던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다. 좋은 역사책이 주는 긴장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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