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이온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9.09.14 서평 : 『90년생이 온다』(임홍택, 2018, ㈜웨일북)

 

 

80년생이다. 90년생과는 딱 10년 차이가 난다. 물론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90년생은 정확히 말하면 ‘90년대 생이니, 주인공들은 나와 10~20살 정도 차이가 나는 사람들이다. 82년생인 저자는 80() 생과 90() 생을 각각 웹(web)세대와 앱(app)세대로 구분한다. 이 구분에는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에 처음 접근 가능했던 나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사용 시기 등이 고려됐다. 사실 이런 세대 구분은 모호한 경우가 많다. 80년대 생도, 이 책에 등장하는 90년대 생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있고, 90년대 생 가운데서도 70년대 생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뭐 그래도 작은 직장이지만 직장에서, 그리고 강의하면서 만났던 90년생들(2000년생이 입학한다!!)이 나와 다르다는 생각은 많이 해봤고, 그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해보고자 이 책을 선 듯 집어 들어 계산했다.

 

책은 읽기 쉽다. (최소한 내 생각에는)정독을 요하는 책은 아니다. 나는 끝까지 읽는데 세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책은 90년생에 대해 여러 가지로 분석한다. 이들은 다양한 줄임말을 사용하고, 긴 글을 참지 못하는 간단함을 지향하며, 기성세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병맛드립을 즐기는 등 재미있음을 추구하며, 입시, 취업 등 다양한 경쟁에 노출되어 있는 만큼 과정의 정직(integrity)을 요구한다.

 

이들은 직장에서도 자신의 권리를 요구한다. 9시에 근무가 시작이면 9시까지면 나오면 된다는 생각이다. 10분 먼저 나온다고 10분 먼저 보내주는 것도 아니며, 자신은 근로계약서에 9~18시로 노동 시간을 계약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칼퇴라는 말도 부정적이다. ‘칼퇴라는 용어 자체가 존재하면 안 되는 말이기 때문이다. 충성의 대상은 기업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이다. 처음부터 평생직장은 꿈꾸지 않기 때문에, 기업에 충성해야 한다는 생각도 없고, 기업과 자신이 같이 성장한다는 믿음도 없다(기업이 그런 믿음을 개인에게 주지 못했다). 당연히 강한 강제와 통제로는 이들을 통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들을 배제할 수도 없다. 이들이 미래이기 때문이다. 알리바바의 창립자 마윈은 젊은 세대를 믿으라라고 말했고 실제로 회사 임원의 97%70~80년 생으로 임명했다. 기업과 사회는 90년생 인재를 유혹하고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90년생은 소비의 패턴도 다르다. 이들은 호갱(호구 고객)’이 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국내 기업들이 외국보다 자국에서 더 과도한 이익을 챙기는 것을 참지 못한다. 이것이 나타난 것이 직구현상이다. 이들은 제품이나 회사에 대한 불만을 제조회사에 직접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SNS에 올린다. 이제 기업은 고객이 접수하는 불만을 듣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불만까지 찾아가서 들어야 한다. 간단하고 직관적이며, 정직한(소비자를 속이지 않는) 제품을 찾는다. 이런 의미에서 소비에서도 90년생은 새로운 세대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고, 가지 않는 부분도 있다. 90년생의 직장생활은 내가 회사에서 느끼는 그대로이기에 많이 공감하고, 반성도 했다. 하지만 소비 패턴 분석에 들어오면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이것은 90년생의 특징이 아니라 80년생 이후라면 모두 지향하고 있는 소비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터넷과 그를 통한 새로운 네트워크의 발달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 편이 옳다. 물론 90년생이 이것들을 가장 잘 활용하겠지만..

 

마지막으로 아쉬운 것은 사회전반의 변화와 맞물려 90년생을 설명하면 좋았을 것이다. 이 책의 앞부분에서 이를 잠깐 언급하기는 하지만, 90년생이 저자가 말하는 특성을 갖게 된 것은 사회경제적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수축사회(홍성국, 2018, 메디치북스), 21세기 자본(토마 피케티 지음, 장경덕 외 옮김, 2014, 글항아리) 등에서 지적하듯, 90년생이야 말로 인류의 이례적 성장이 끝나고, 다시 저성장 사회로 들어온 사회를 정면으로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분석이 너무 길면 재미가 없겠지만, 최소한 이들이 왜 이렇게 생각하는 지에 대한 분석은 조금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0년생이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심지어 90년생을 대상으로 어떤 마케팅이 효과가 있을지, 이들에게 매력적인 직장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등 자세하진 않아도 일종의 대안까지 제시한다. 언제나 기성세대는 새로운 세대를 이해하지 못했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후로 그것은 변한 적이 없다. 그런데 권력은 항상 기성세대가 갖고 있고, 갈등은 그 사이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항상 새로운 세대가 이겼다. 그들이 미래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beatles for sal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