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년 1학년 강의를 주로 하게 됐는데,
이번 학기 마지막 쯤에 쉬는 시간에 한 학생이 와서..
"교수님 학창시절에는 정말 선생님들이 따귀도 때리고, 몽둥이로도 때리고 그랬어요?"
라고 물었다.(전 일개 시간강사입니다만..)
그때 생각했다.
'아! 요새 학생들은 맞지 않는구나!'
기분이 좋기는 했지만, 제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 체벌이 너무 당연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나름 충격을 받았다.
(난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까지 초중고를 다녔다)
아무튼 대답은 했다.
"네. 저는 아니지만 대체로 많이 맞았어요. 근데 학생은 그게 왜 갑자기 궁금했나요?"
학생이 답했다.
"요새 2000년대 초반 영화를 보는데 거기 보면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막 때리는데, 그게 사실인가 싶어서요"
내가 다시 답했다.
"두사부일체 같은 영화 봤나봐요. 뭐 현실이 더 한 경우도 있었을꺼에요"
학생이 답했다.
"그 영화 맞아요! 그런데 왜 그렇게 때리는데 저항하지 않았나요?"
다시 조금 놀랐다.
부당하게 맞으면 저항했어야 하지 않았냐고 나에게 되물었으니까.
잠시 생각 후 내가 답했다.
"그러게요. 저는 맞던 학생이 아니어서 제 일이 아니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니 그렇네요. 그때는 별 생각이 없던 것 같아요."
그리고 덧붙여 말했다.
"그래도 누군가 그것이 부당하다고 말했으니 바뀐 게 아닐까요?"
말하면서도 궁색했다. 내가 저항하거나 한 것은 아니니까.
답이 부끄럽고 궁색했지만, 이제 학생들에게 체벌이 사라졌다는 것이 기쁘고,
나에게 이런 질문들을 해서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줘서 그 학생에게 고맙기도 했다.
'그땐 다 그랬고 난 어렸다'는 말로는 내 비겁함과 생각 없음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
피해서도 안 되고.
얻은 것이 많은 학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