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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9.28 서평 : 『아무도 죽지 않는 세상』

서평, 아무도 죽지 않는 세상

이브 헤럴드 지음, 강별철 옮김, 2020,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

 

 

 

1.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아니 태어난 모든 존재는 모두 소멸한다. 그것은 유기물인 생명체뿐만 아니라 무기물 역시 마찬가지다. 지구는 물론 태양도, 우리가 속한 은하도 언젠가는 수명을 다할 것이다. 물론 그 천문학적 시간은 우리에게 그리 현실적으로 느껴지진 않지만 말이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는 믿음과 미지의 세계인 죽음에 대한 공포는 현재 인류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무지는 사후세계를 창조했고, 유한한 삶에 대한 고민은 철학을 낳았다. 또한 더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은 의학을 발전시켰고, 사는 동안 더 잘 먹고 싶은 욕망은 가축과 곡식의 대량 생산으로 이어졌다. 이것만이 전부라고 할 수 없지만 유한한 삶을 풍족하게, 건강하게, 행복하게 지내기 위한 노력은 인류의 내재적 욕망 가운데 하나일지도 모른다.

 

2.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인간은 이제 죽지 않을지 모른다. 그것이 아무도 죽지 않는 세상의 주제이다. 이미 인간의 팔과 다리는 물론 장기도 인공으로 대체되고 있다. 아직은 한계가 있지만, 지금까지 과학 기술로 보면 이는 곧 극복될 수 있다. 암의 정복도 획기적인 약물이 아니라 나노로봇으로 해결할 수 있다. 심장, 신장, 췌장, 눈 등 현재 대체 가능할 것이라고 여겨지는 것 뿐 아니라, 불가능할 것 같던 뇌의 기능을 향상시키거나 대체하는 연구까지 진행된다. 이렇게 되면 인간은 정말 죽지 않을지도 모른다. 노화되는 세포와 각종 질병은 나노로봇이 해결해주고, 노화된 장기는 인공으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뇌의 기억은 그 신비를 풀어낸다면 뇌의 기능을 강화하거나, 혹은 다른 어딘가에 저장하는 것으로 해결할 것이다. 이런 인간을 트랜스 휴먼이라고 부른다. 이는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이야기한 호모사피엔스 이후의 인류이기도 하다.

 

3.

이렇게 되면 모두가 행복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인류가 수 만 년 동안 갖고 온 믿음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바로 인간은 모두 죽는다는 믿음이다. 빈부와 권력의 유무를 떠나서 죽음은 인류 모두에게 공정했다. 바로 그것이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과학기술은 필요로 하는 사람보다는 돈 많은 사람들에게 적용될 것이고, 처음에는 수명부터 차이가 나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는 죽지 않는 인간이 생겨날 것이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그때야 말로 인류가 가장 혼란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죽음이라는 동등한 가치를 갖고 수 만 년 동안 만들어진 인류의 사고체계가 붕괴할 것이기 때문이다.

 

4.

차별도 생길 것이다. 책은 보다 부유한 사람들은 보다 건강한 신체조건과 두뇌를 인위적으로 선택할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은 인종의 차별이 아닌 인류가 달라지는 차별로 고착화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 인류는 더 우월한 배우자를 인위적으로 선택해 왔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이제 그 사이에 과학기술이 첨가될 뿐이다. 사실 이미 부유층과 빈민층은 먹는 것부터 다르고 그로 인한 영양상태도 다르다. 이것이 장기화 되면 후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5.

책에서는 나아가 인간의 인간다움에 대한 물음이 제기 될 것이라고 믿는다. 뇌사에 빠진 사람이 인공심장을 가지고 있을 때, 그 전원을 꺼야 하는가? 인간의 죽음은 본질적으로 다른 동물들의 죽음과 다르게 취급될 수 있는가? 모든 신체가 인공으로 대체되고, 기억마저 뇌가 아니라 다른 기계에 의지하게 된다면 그것을 인간으로 볼 수 있는가? 따위의 물음 등이다. 이것은 단순히 지금까지 수 천 년 동안 이어진 철학의 문제는 원점부터 재검토 되어야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런 철학 안에서 만들어진 사회규범, 법률 또한 새롭게 바뀌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앞서 다룬 차별의 고착화 문제와도 밀접한 영향을 가질 수밖에 없다.

 

6.

인간의 역할을 대신할 로봇과의 관계도 이 책은 지적한다. 이미 로봇은 인간의 활동을 특히 생산분야에서 대체하고 있으며, 점차 일상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대표적이다. 저자도 언급하지만 실제로 현재 자율주행 자동차의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기술이 아니라 법적 책임이다. 사고가 났을 경우에 어디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인공지능인가? 인공지능을 만든 제조사인가? 혹시 GPS 등과의 통신장애 등이 있었다면 통신사의 책임인가? 아니면 차 주인이 책임을 져야하는가? 등이다. 인공주행 자동차와 인간이 운전하는 자동차 사이의 사고가 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이미 인간은 로봇 혹은 인공지능과의 공존과 관계 맺기를 위한 법률 등의 사회 시스템이 필요하다. 나아가 인간과의 교류 없이 로봇에만 의존해도 되는 세상의 인간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7.

사실 이 책의 질문들은 일찍부터 있어왔던 질문이다. 과학 분야가 아니라 문학이나 영화 등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미리 다루었다. 복제 인간을 다룬 아일랜드, 블레이드러너와 같은 작품은 이런 세계의 혼란을 다루었다. 문학적, 혹은 영화적 상상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문제는 이것이 과학적으로 가시권에 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아직 이런 경험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미래를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인공지능과 로봇과의 공존이 시작된 이 상황에서 새로운 질서가 필요한 것 역시 사실이다. 여전히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인간다움은 무엇인가?’ 이런 고민을 하는 끈을 놓지 않는 것이야 말로 바로 인간다움일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beatles for s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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