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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9.28 서평 : 『나라말이 사라진 날』

서평 : 나라말이 사라진 날

- 정재환, 2020, 생각정원 -

 

 

1

한글은 한국어를 표기하기 위해 만든 문자이다. 그런데 지금도 그냥 한글이라고 썼지만, ‘한글이라는 문자의 이름은 조선어학회가 많은 고민을 거쳐 만든 것이었다. 세종이 창제를 했을 때는 훈민정음이었고, 그 이후에는 주로 언문이라고 불렸다. 나라말이 사라진 날은 이 한글이 우리의 글자로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한다.

 

2.

우리글에 대한 열망은 근대와 함께 찾아왔다. 당시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던 민족주의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우리 것을 만들어서라도 갖고 있어야 하는 시대에, 언문은 왕이 만들어 반포한 우리 것이었고, 지식인들은 이것에 주목했다. 그리고 드디어 언문은 국문의 위상을 갖게 된다.

 

3.

우리글을 생겼는데, 우리나라가 사라졌다. 나라 없는 글은 힘을 갖기 어려웠다. ‘다른 나라의 지배는 다른 글을 국문으로 만들었다. 우리나라가 없으니 우리글을 지원해 줄 나라도 없었다. 그래도 지키고자 하는 사람이 있었다. 나라말이 사라진 날은 이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들은 단순히 우리글을 지킨 정도가 아니었다. 나라말을 모으고 정리하였으며, 사전을 만들었다. 여기선 몇 줄로 썼지만 책에는 그 어렵고 힘든 과정을 상세하게 적어 놨다.

 

4.

이들의 활동은 독립운동이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 그 활동이 독립운동인 것은 참여자들의 입이 아니라 일제의 재판으로 증명된다. 사전편찬 등 조선어학회가 한 많은 활동을 일제의 재판부가 독립운동이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예심종결결정문에는 그들의 활동이 “ ‘편협한민족 관념을 배양하고, 민족문화의 향상, 민족의식의 향상 등 그 기도하는 바인 조선 독립을 위한 실력 신장에 기여한 바 뚜렷하다.”라고 적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 중 상당수는 옥고를 당하고, 그 와중에 순국하기도 한다.

 

5.

이들의 활동은 해방 후에도 계속 됐다. 일제 35년의 잔재는 생각보다 뿌리 깊었다. 이것을 다시 돌려 놓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한문을 공용하자는 의견, 한글 간소화 등 다양한 의견과도 맞서야 했다. 분단으로 나라는 남북으로 갈렸고, 이들도 각각 남과 북에 갈려 남았지만, 양국의 말과 글이 이만큼의 동질성이라도 갖고 있는 것은 그 뿌리가 조선어학회로 같기 때문이라고 책은 말한다.

 

6.

책은 쉽게 읽힌다. 쉽다고 내용도 쉽지는 않다. 그 과정에 등장하는 이름들을 다 기억하려면 몇 번은 다시 읽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재미있어 한 번에 쭉 읽었다. 한글이 지켜졌다는 역사라는 결말이 스포일러라 답을 알고 있었지만, 과정을 자세히 모르던 나에겐 과정을 알아가는 길은 즐겁고 긴장되는 여정이었다. ‘고대사를 전공한다는 핑계를 속으로 대곤 했지만, 이런 것도 몰랐다는 반성을 하게 되기도 했다.

 

7.

책을 덮고 나면 나는 내가 매일 사용하는 우리말과 글에 대한 고민을 얼마나 하는가?”에 대해 스스로 되물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나는 글을 쓰고 말을 하는 것을 중요한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임에도 그랬다. 그렇기에 그 말과 글에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고민, 심지어 목숨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은 그 말과 글을 사용하는 것이 조금은 더 조심스럽다. 그리고 앞으로 더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할 것 같다.

 

 

. 선배님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Posted by beatles for s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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