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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1.10 세상을 바꾸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가 아니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TV만 틀면 온통 정치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것은 비단 한국 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세계 최강대국이라는(어느 쪽이건 이것은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미국에서는 민주당원이고 흑인이며, 현직 대통령이기도 한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했다. 냉전이 끝나고 소련이 붕괴된 후 다시 세계의 중심 국가 가운데 하나가 된 중국은 10년 만에 최고 권력자가 바뀐다. 최근 세계 제2의 경제 대국 자리를 중국에게 내어주긴 했으나, 여전히 경제 대국인 일본의 노다 내각은 사상 최악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으며, 조만간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리고 우리도 곧 대통령을 뽑는다.

미국의 대통령제와 프랑스의 대통령제가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르겠고, 영국의 상하원제와 미국 상하원제의 차이도 잘 모르지만,  이 나라에서 30년 넘게 살아 오며 느낀 것은 최소한 한국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온갖 이슈에도 불구하고 모든 미디어를 정치가 장악한 이유이기도 하다(이점은 전직 대통령을 불행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은 흔히 누가 해도 고만고만 하다 하지만, 노무현의 5년과 이명박의 5년의 차이는 컸다. 노무현 지지자에게 지난 5년은 악몽이었고, 이명박 지지자에게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잃어버린 10년이었다. 누가 되느냐에 따라서 세상은 조금 달라진다. 오세훈의 서울시와 박원순의 서울시가 다른 것도 몸소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정권에서도 별로 나아지지 않은 것도 있다. IMF구제 금융 이후로 노동의 안정성은 고용의 유연성과 대치된다는 이유로 폐기되었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 시절에는 그래도 열심히 일하면 (최소한 경제적으로는) 돈을 벌어 집도 사고, 개천에서 용도 나는 시절이었지만, 이제 개천에서 용은 나지 않는다. 구멍가게를 하며 자식을 대학에 보냈던 시대는 끝났다(아마 이것이 박정희 향수의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이 공이 군사정권의 공이라고 말할 순 없다. 이 시기는 세계 경제의 호황기이기도 했다). 민주정부라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친 기업적 분위기에서 노동자의 권리는 저 바닥 어딘가로 떨어졌고, 노동자란 그 말은 마치 예전에 백정과 같이 취급 받기에 이르렀다. 이명박 정권에서는 이것이 그냥 노골적이 되었다는 것 정도가 차이일 것이다.

민주정부의 비민주적인 행태도 계속 되었다. 국가의 개발과 계획에서 국민들은 소외되었다. 국익이란 이름 아래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 따위는, 그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집단 이기주위’정도로 포장되어 정권에게 선동의 도구로 이용되었다. 

이 15년 간을, 아니 김영삼 정부까지 포함해 20년 간을 지켜보면, 한국의 대통령은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지만, 많은 것을 바꾸지 않는(혹은 못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난 그래서 이번 대선을 기대하지만 기대하지 않는다. 만약 정권이 바뀐다면 아마 현 야권지지자들은 지난 5년간 느꼈던 지옥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가 된다면 여권 지지자들은 지난 5년간 느꼈던 행복을 5년간 연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일단은 그것이 전부일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확신한다. 4대강 사업은 야권입장에서도, 내 입장에서도, 그리고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한국인에게도 그냥 삽질이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나라가 망하진 않았다. G20정상 회담과 원전 수출로 한국 경제가 회생할 것 처럼 떠들었지만, 그 무엇도 우리 삶에 당장의 변화를 가져오진 않았다. 세상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지금 나오는 모둔 대선후보의 공약이 선의에서 출발한다고 가정하더라도, 그의 임기 5년간 세상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안철수가 말한대로 ‘큰 방향을 잡는 정도’까지만 간다고 해도 다행일 것이다. 그러니 최소한 나는 내가 찍는 후보가 나를 구원해줄 것이라는 믿음은 버리고자 한다. 그래야 그의 임기를 보다 덤덤하게 긴 시각에서 지켜볼 수 있고, 그 역시 조급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세상은 한 사람이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번 대선의 화두 중 하나가 ‘경제 민주화’이다. 줄푸세를 외치던 박근혜가 불과 5년만에 김종인을 영입하며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세울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나와 같은 우리 때문이었다. 모두가 그것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그리고 그것을 요구할 때, 그때에 세상은 비로소 바뀔 준비를 한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대선후보가 아니라 바로 나와 같은 평범한 우리이다.

Posted by beatles for s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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