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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진실.

Imagine 2012. 2. 6. 23:16
내가 속한 집단에서 난 가끔 마초라는 소리를 듣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내 가치관이 크게 변한 것 같지는 않으니, 난 지금도 내가 속한 집단(대학원사회)에서 가끔은 마초로 불릴 수 있는 정도의 사람이 맞을 것이다.

나는 또 나꼼수의 팬이다. 아주 처음부터 들은 것은 아니지만 꽤 초기부터 듣기 시작했다. 주의 사람에게 들으라고 권한 적도 있고, 한회를 두 번이상 들은 적도 많다. 술자리에서 꼼수를 주제로 많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아주 열렬한 지지자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이 정도면 뭐 평범한 지지자 정도는 될 것이다.

그런데 요새 나는 갑자기 페미니스트에 나꼼수의 안티가 됐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변한 것이 아니라 주의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봤기 때문이다. 여전히 나는 꼼수의 팬이고 패미니스트는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일부에서 나를 '꼼수안티'나 '패미니스트'로 보는 것은 모두 꼼수에 대한 비판 때문이다. 난 몇 가지 점에서 꼼수를 비판 한 적이 있다. 먼저 정봉주 전의원의 구속에 대해서 '법률 자체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현행 법상으로는 구속 될 수도 있다.'는 정도의 발언을 했다(공개적으로는 아니고 자주가는 게시판과 몇몇 다른 꼼수 팬들에게). 법이 문제가 되면 문제일 뿐이지, 사법부(특히 대법원)의 문제는 아니라는 취지였다. 난 이때 이 발언으로 여전히 꼼수를 나오는 날 다운 받아 보는 안티가 됐다.

패미니스트가 된 것도 마찬가지다. 난 봉주3회에 '봉주뉴으스'에서 김용민의 발언을 들으면서 적절치 않다고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난 패미니즘을 잘 모른다(심지어 수업도 들었는데..;;). 내 말은 이거였다. '누군가가 그 발언을 듣고 기분 나빴다. 그럼 그것으로 문제이고, 기분 나쁜 사람 입장에선 사과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게 왜 기분 나쁜 일이냐?', '그걸로 기분나빠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는 식이었다.
이것은 마치 누군가 무심코 돌을 던져 다른 사람이 상처를 입었는데, '왜 그게 상처날 일이냐?', '그 돌로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너희를 상처주기 위해 던진돌이 아니다.'라는 식이다.

나꼼수의 매력이 '맘에 안들면 듣지마!'라는 것이긴하다. 지금도 똑같이 해도 된다. 그런데 이것은 알아야한다. 그 미안하다. 한마디 때문에 꼼수의 팬이었던 많은 사람들이 더이상 꼼수의 팬은 아니게 되었다는 것이다(난 그렇다고 이들이 가카의 팬이 될꺼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하나. 꼼수는 진보의 가치를 표방했지만, 자신들의 발언을 듣고 기분나빠한 여성들도 포용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점도 그냥 고백해버린 꼴이 됐다(꼼수가 진보냐 아니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겠다. 이건 나중에).

다음 꼼수에서 어떤 식으로든 발언이 있을 것 같다고 하니, 기대를 안고 기다려 볼 심산이다. 그런데 만약 여기서 만족할 만한 대답을 하지 못하면, 난 앞으로 꼼수를 '진보를 추구하는(혹은 반가카를 추구하는) 남성들의 목소리 정도로 생각하고 들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꼼수는 얼마든 남을 비판하지만, 남의 비판에는 귀를 닫는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면 가카와 뭐가다른가!

아무튼 먼 길 돌아왔지만 정리하면, 꼼수의 팬이고, 패미니즘을 잘 알지도 못하는 내가, 꼼수 좀 비판했다고 금방 꼼수 안티에, 패미니스트가 되는 것이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라는 불편한 진실, 나에게 일어난 아주 작은 이 소동은 이를 새삼 다시 느끼게 해줬다. 그래서 지금 기분이 썩 좋진 않다.
Posted by beatles for s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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