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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5.27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에 붙여.

난 봉준호 영화를 좋아한다.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등은 매우 재밌게 본 영화다. 특히 살인의 추억과 괴물은 더 할 수 없는 명작이다.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잘못된 구조의 사회에서 약자들끼리 어떻게 증오하고 미워하고 싸우는 것인가를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시스템 안의 인간은 시스템을 바꾸기 전까지는 시스템에 순응하는 수밖에 없고, 거부하면 바보가 되거나 낙오자가 되어버린다. 그렇다고 시스템을 바꾼다? 그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기생충>이 기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스템 안의 인간들은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데, 그것은 어떤 순간에는 '노력'으로 비춰지지만, 어떤 순간에는 '범죄'로 비춰진다. 일종의 부조리인 샘이다.

영화에 어떤 방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재미를 추구하는 영화도, 의미를 추구하는 영화도, 영상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영화도, 일상의 찌질함을 찬양하는 영화도, 인간의 추악함을 드러내는 영화도 모두 필요하다. 그래도 결국 우리가 최근에 보듯, 영화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럼에도 봉준호와 같은 감독이 하나의 문제의식을 갖고 간다는 것은 매우 즐겁고 축복 같다.

덧. 
더욱이 이번에 그는 영화의 문제의식을 넘어 삶의 현장인 촬영 현장에서도 너무나 당연하지만, 영화판에서 그러지 못했던 '표준근로계약서'를 모든 스텝과 작성하고 규정을 지켜가며 영화를 찍었다. 언론은 "제작비가 150억이 든 이유"라는 타이틀의 기사를 달아, 표준근로계약서 사용을 비판하는 듯했지만, 그는 인터뷰에서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시스템과 세상은 이렇게 조금씩 바뀌어 간다.

Posted by beatles for s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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