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A Day in The Life 2022. 3. 8. 07:57

“어, 나랑 언제부터 통화하고 있었어요?”
“아까부터요.”
“꿈인 줄 알았는데..”
“꿈 아닌데.”

대화는 이렇게 이어졌다. 나는 살짝 당혹스러웠다. 
요 며칠은 사정이 있어 통화를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미안해요. 내가 오늘 술을 먹고 나도 모르게 전화를 했나 봐요.”
“괜찮아요. 마침 나도 대화할 상대가 필요했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와 같이 조근조근 했지만,
대화의 내용은 평소 같지 않게 어색했다. 

“나 이제 자야겠어요. 잘자요.” 

그녀가 먼저 말했다.

“그래요. 자야죠. 늦었어요. 잘자요.” 

나도 답을 했다. 전화는 그렇게 끊어졌다. 
전화를 끊고 생각했다. 

‘왜 전화한 것은 기억이 나지 않을까?’
‘취했나? 술도 많이 마시지 않았는데...’

그러다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통화 목록을 살폈다. 
통화 목록에 그녀의 이름은 없었다. 
모두 꿈이었던 것이다. 

꿈에서 그녀는 나에게 거짓말을 했다.
나중에 진짜 통화를 하게 되면, 
왜 그때, 꿈에서 나에게 거짓말을 했는지
꿈 이야기와 함께 물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별스러운 꿈을 꿨지만, 
여느 때와 같은 평범한 아침은 이렇게 시작했다. 

Posted by beatles for s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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