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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한 판

A Day in The Life 2019. 6. 18. 10:34

피자 한 판.

하루종일 먹은 것이 별로 없어서 작은 피자 한 판을 시켰다. 오늘 저녁, 내일 저녁에 먹을 예정이었다.

피자는 주문 후 머지 않아 왔는데, 배달하던 친구가 피자를 나에게 건내다가 그만 떨어뜨렸다. 다행히(?) 포장 그대로 떨어져 쏟아지지는 않았지만 뒤집어져 떨어져서 피자는 엉망이 됐다. 그리고 배달하던 친구의 얼굴은 사색이 됐다.

피자의 꼴은 이미 손으로 집어먹기 힘들 정도여서, 잠시 다시 만들어 달라고 할까 고민했다. 그래서 배달하는 친구에게 “이거 다시 만들어달라고 제가 말하면 가서 많이 혼나요?”라도 물었다. 그 친구는 말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그 표정에 나도 모르게 “땅에 떨어진 것은 아니니까..”라고 혼자말을 했는데, 그친구의 눈빛에 잠시 기대감이 스쳤다.

“그냥 먹을께요” 내가 말했다. 그 눈빛 때문이었다. 그리고 뒤 돌았는데 그 친구는 내 뒤에다 “죄송합니다!”라고 크게 몇 번을 이야기 했다. 살짝 민망해진 나는 “괜찮아요”라고 말하고 그를 보냈다.

피자를 먹는데 맛은 그대로다. 손은 좀 더러워 졌지만 집에서 혼자 먹는데 손 좀 더러워져도 닦으면 그만이다. 좀 번거롭긴 했지만.. 이럴 거면 고민하지 않고 그 친구를 보내줄 것을.

아직도 내 등에 대고 “죄송합니다!”를 연신 외치던 그 목소리가 잊히지 않는다. 그는 왜 괜찮다던 내게 “고맙습니다”가 아니라 “죄송합니다”를 외쳤을까. 그에게도 내 자신에게도 미안하다. 맛있는 피자를 먹고 씁쓸한 뒷맛이 남는 저녁이다.

Posted by beatles for s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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