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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3.08.09 출근길, 마법 같던 순간. 1

오늘 아침. 
출근을 하려고 문을 나섰는데, 참새 한 마리가 옆집 현관 문에 부딪혀 떨어졌다. 
걱정되어 가 봤는데, 참새 치고도 몸집이 작은 것이 아직 새끼인 것 같았다. 

출근길이라 그냥 갈까 했는데, 우리동네 길고양이가 많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심지어 몇 마리는 내가 밥을 주니까, 참새 정도는 자연의 섭리에 맡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만졌는데 푸다닥 거리면 내가 놀랄 것 같아서(생각보다 겁은 많다..) 살짝 건드려 봤는데 안 움직인다. 
그래서 '죽었나?'하고 봤는데 눈은 껌뻑 거리고 있었다. 
놀랄 준비를 하고, 살포시 잡아 들었는데, 꼼짝도 하지 않았다. 
출근길이니 다시 집으로 갈 수는 없고, 회사에가서 물과 먹이를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참새를 두 손으로 잡고, 걸어서 회사로 걷기 시작했다. 
(난 회사까지 걸어서 출근한다. 15분 내외)
조금 시간이 지나자 고개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낯선 생물의 손아귀에서 이동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둥절한 상황이겠는가. 

조금 더 시간이 지나니 발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아. 정신을 차리나?' 생각을 했다. 
알아 들을 리 없지만 얼굴을 마주보고 "이제 좀 괜찮아?" 하고 물었는데,
더 그럴리 없지만 참새는 고개를 끄덕였다(정말이다. 알아듣고 한 행동은 아니겠지만).
그러더니 갑자기 푸드득 하고 내 손을 떠나 하늘로 날아갔다. 

"잘가" 나즈막히 인사를 했다. 
그리곤 속으로 '앞으로는 유리 조심하고 건강하게 살아'라고 마음을 전했다. 

출근길 10여 분 동안 있었던 마법 같은 순간이다.

Posted by beatles for s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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