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고 연차가 쌓이니 자연히 직장에서도 관리직이 되었다. 아니 된지 좀 오래 됐다. 그렇게 관리직으로 지내며 느낀 몇 가지.
첫째, 좋은 상사는 직원들의 의견을 잘 듣고, 결정해주고, 결정에 책임지는 사람이다. 셋 중 하나라도 못하면 좋은 상사일 수 없다. 실무를 안 하는대신 저거 하라고 월급을 더 받는 것이다.
둘째, 화내서 좋을 건 없다. 직원이 실수를 해도 화내지 말아야 한다. 괜찮은 직원이면 내가 화내지 않아도 본인의 실수에대해 더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그럴 땐 실수하지 않도록 방향만 잡아주면 된다. 괜찮지 않은 직원이면 원칙대로 고과를 낮게 주거나, 중요한 업무에서 차차 배제하면 된다. 화를 내는 것은 서로 감정만 상할 뿐 업무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화내고 “난 뒤끝이 없잖아” 같은 무의미한 말은 할 필요도 없다. 이미 감정은 다 상한 상황이다.
셋째, 방향을 정해줘야 한다. 일은 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나 때의 방식이 지금은 비효율적일 수도 있고, 같은 시기 같은 세대라 하더라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은 다를 수 있다. 팀웍을 깨지 않는 선에서 일하는 방법까지 제시할 필요는 없다. 방향을 제시해주고 일은 알아서 하게 하면 된다. 나는 약속된 시간에 보고서를 받고, 그것에 대해 평가하면 그뿐이다.
이렇게 적다보니 내가 굉장히 좋은 상사이자 관리자 같지만 그렇지 않다. 가끔은 짜증도 내고, 책임을 피하고 싶어하고, 나도 뭔지 모르면서 일을 시키기도 한다. 그냥 저렇게 하려고 노력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