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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3.05 박수근 展

박수근 展

A Day in The Life 2022. 3. 5. 20:27

오래 전 기억이다. 누이는 날 업고 있었다. 저런 강보에, 저런 옷차림에, 저런 고무신은 아니었지만, 저런 단발은 한 누이는 날 업고 있었다. 나도 저런 간난아이는 아니었다. 5살이나 6살쯤. 


누이도 어렸기 때문에 오래 나를 업고 있지는 못했던 것 같다. 화가가 그린 그림의 시대도 내가 기억하는 시대와 꽤 멀리 있다. 그러나 난 아직도 짧은 순간이나마 업혀 있던 누이 등의 온도가 기억난다. 아니 그림을 보고 그 따뜻했던 등이 정겹게 기억났다. 


길옆에 앉아 있던 외할머니도 떠올랐다. 오랜 기간 비녀를 꼽고 다니던 할머니는 뒷짐을 지고 가까운 우리 집으로 종종 걸어오시곤 했다. 바쁜 부모님대신 나를 데리고 소풍을 가기도 했던 할머니는, 소풍을 가서는 늘 앉아 쉬곤 하셨는데, 앉아 있는 여인을 그린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니, 어린 손주를 데리고 소풍에 나와 힘들어 쉬고 있던 할머니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동네 골목이 개구쟁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 좁은 골목을 운동장 삼아 놀던, 이제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때의 그 개구쟁이들의 얼굴 하나하나와 골목의 풍경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그려진다.  


나는 화가가 그린 저 시절을 살아본 적이 없지만, 그의 그림을 보면 저 시절도 아닌 내 어린 시절이 그리워진다. 이제는 볼 수 없는 할머니, 몇 년에 한 번 볼까 말까한 사촌누이, 이름도 희미한 개구쟁이 친구들.. 


화가는 시대를 기록했을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기억 밖의 기억이 그립게 다가왔다. 

 

2022.02.02.

 

Posted by beatles for s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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