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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3.09 더 이상 하늘을 날지 못하게 되었다.

몇 년 전까지 하늘을 나는 꿈을 자주 꿨다. 

꿈에서는 하늘을 나는 일은 아주 쉬웠다. 
‘날아야지’라고 생각하고 몸을 하늘로 향하면 
내 무거운 몸은 마치 무중력 상태에 온 것처럼 둥실 떠올랐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중력을 느껴지지 않는 해방감은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을 만큼 좋았다. 

슈퍼히어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난 그저 날 수만 있었을 뿐이므로, 
자전거를 타는 정도의 속도로 하늘을 날아 이동할 수 있었다. 
주로 서울 시내를 날아 다녔다. 
높은 곳에서 보는 서울의 풍경은 낯설고도 익숙했다. 

목적지에 도착해 사뿐 내려앉으면
내려앉기 전부터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렸는데, 
가장 힘든 순간은 바로 그때였다.  
날아오를 때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 날 수 있었지만
내려앉을 때는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계속 따랐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자유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가끔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한 적도 있다. 
그때는 꽤 멀리 여행을 갔다. 
지리산 위로 떠올라
구례의 연곡사도 가고, 하동의 쌍계사도 갔다.
그렇게 친구들과 예전에 여행하던 곳들을 날아서 같이 가곤 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하늘을 나는 꿈을 꾸지 않는다. 
꿈이 사라진 것일까.
삶에 지쳐 꿈에서라도 날 수 있던 원동력을 잃은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더 이상 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일까. 

Posted by beatles for s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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