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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10.13 어느 새끼 길고양이의 죽음

당근마켓 ’동네생활’에 성북동 어딘가에서 새끼고양이가 죽어가고 있다고 사진과 글이 올라왔다. 이미 뻗어서 움직이지 못할 정도면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혹시 몰라 장소를 물어보고 츄르(고양이 간식)를 챙겨 바로 그 장소로 갔다.

새끼 고양이는 이미 죽은 듯했다. 눈도 깜빡이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았다. 1~2분 보다 죽었다고 생각하고 가려는데, 고양이가 움찔하며 약간 움직였다. 아직 숨이 붙어 있었다. 그래서 일단 들어 안았는데, 몸이 이미 너무 찼다. 장기가 다 망가졌는지 배도 부어있었다. 살기는 힘들 것 같았다.

일단 집으로 데려가기로 했다. 고양이에게는 “죽어도 저기서 죽지는 마, 혹시 살아 나면 나랑, 마리(내 반려묘)랑 같이 살자”라고 이야기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고양이 체온은 돌아오지 않았다. 고양이는 한 두번 나에게 ‘야옹’하고 우는 것 같았지만 힘이 없어 소리는 내지 못했다.

결국 집에 도착하기 전 고양이는 죽었다. 겨우 10분 내외의 시간이었다. 눈도 끝내 감지 못했다. 감겨 주려 해도 되지 않았다. 그래도 그 거리보다, 내 품에서 조금은 따뜻하게 세상을 떠났길, 감지 못한 눈으로 내 눈을 보며 조금은 외롭지 않게 떠났길 바란다.

덧. 검색해보니 죽은 동물의 사체는 생활쓰레기 봉투에 넣어서 처리하면 된다고 한다. 작은 박스가 하나 있어 보니 마침 딱 죽은 고양이의 크기와 맞았다. 거기에 고양이와 츄르를 넣고, 박스를 밀봉하고, 새 종량제 쓰레기 봉투를 꺼내 박스를 넣었다. 빈 공간은 신문지로 채웠다. 마리가 있어 입고간 옷은 바로 세탁기에 넣고, 샤워를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마리는 다시 간식을 달라고 한다.

덧2. 아침에 나와보니 쓰레기봉투는 이미 수거해갔다. 고양아 짧은 인연이었지만 그곳에선 아프지말고 따뜻하게 지내렴.

Posted by beatles for s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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