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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03.19 회수권, 넥스트, 농구대잔치, 96년 한국시리즈 1

 

사진을 보고 생각나는 몇 가지 에피소드

1. 회수권.
회수권에 대한 기억은 내 나이 또래면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난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시절부터 버스를 타고 통학했다. 내가 처음 기억하는 버스요금은 60원. 그래서 어머니는 내가 등교할 때 오십원짜리 두 개, 십원짜리 두 개를 손에 쥐어줬다. 딱 왕복을 할 수 있는 돈이었다. 언젠가 뽑기가 하고 싶어서 50원을 뽑기에 쓰고 걸어갔는데, 초등학교 1학년의 나이인 나는 어머니가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하교 시간이 늦어지는 것을 어머니가 눈치채지 못 할리 없었다. 난 버스를 탔다고 거짓말을 했는데, 뽑기보다 거짓말 때문에 많이 혼났던 기억이 있다. 
회수권은 중학교 들어오면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주로 학교에서 샀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몇 백원이라도 아낀다고, 10개짜리 회수권을 종종 11개로 만들곤 했다. 교묘하게(?) 회수권을 자르면 11개가 되곤 했는데, 그렇게 자르다보면 티가 나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표와 표 사이의 중간 공백 부분이 중간에 간다던가.. 뭐 이런 경우. 대부분의 기사님들은 알고보 모른 척 해준 것으로 기억하는데, 가끔 원칙주의자 아저씨들을 만나면 매우 혼나곤 했다. 그래도 내리라고 하거나 하진 않았던 것 같다. 

2. 넥스트의 마지막 콘서트
난 넥스트의 어마어마한 팬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해체를 한다고 하는 것이었다. 난 그때까지 콘서트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는데, 이때는 큰 용기를 냈다. 모와 둔 돈을 다 털고, 부모님한테도 사실대로 이야기해서 돈을 좀 빌려서 콘서트 비용과 앨범 비용을 마련했다. 그리고 친구들의 도움으로 예약을 했는데, 그것이 공교롭게 1997년 12월 31일이었다. 그날은 그들의 해체 콘서트 중이도 마지막 날이었다. 친구들과 간 자리는 콘서트 장에서도 완전 말석이었는데, 그래도 처음 간 콘서트의 현장은 대단했다. 심지어 그들의 마지막 콘서트였으니.. 신해철은 마지막 쯤에,  "우리 밤새 여기서 놀까요!"라고 했고, 우리는 모두 "네!!"라고 했지만, 당시 12시부터 음악도시를 진행하던 신해철은.. "그런데 저 아쉽지만 라디오 가야해요.."라고 하고는 앵콜 몇 곡을 더 하고 공연을 마쳤다. 많은 사람들은 흥분과 슬픔 속에서 퇴장했다. 콘서트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고, 우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내 고2가 끝나고 나는 고3이 됐다. 

3. 농구대찬치(기아의 우승)
난 지금도 농구를 매우 좋아하는데, 당시에는 누구나 그랬듯 슬램덩크와 농구대잔치, 그리고 마지막 승부의 영향이었다. 난 남들이 다 고대, 연대 좋아할 때, 기아를 좋아했다. 특히 허재를 좋아했는데, 그의 천재성이 너무 좋았다. 속공을 하는데 멈춰서 3점을 던지고, 지금에는 스텝 백이라고 하는 슛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허재를 보면 농구가 너무 쉬워보였다. 나는 그의 우승이 너무 보고 싶어 친구들과 농구대잔치 결승을 보러갔다. 94-95시즌 경기도 보러갔는데, 오래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결승은 아니었다. 그해에도 기아가 우승을 했는데, 다음해에는 기아우승을 현장에서 꼭 보고 싶었다. 그리고 1년을 기다려서 95-96시즌 농구대잔치 결승을 보러갔다. 날짜도 2월 26일. 그날 기아가 상무를 이기고 우승을 했다. 그때 축포가 터졌고, 옆에 친구랑 얼싸 않으며 좋아했던 기억이 아스라이 기억 난다. 그리고 저 티켓을 보니, 집에와서 잊지 않겠다고 싸인펜으로 쭉쭉 기아 우승이라고 썻던 것도 떠오른다. 

6. 96년 한국시리즈(고등학생의 음주 야구 관람)
기억난다. 현대와 해태의 경기었다. 난 롯데 팬이라서 사실 누가 이겨도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가 보고 싶었고 친구들과 경기를 보러가기로 했다. 그런데 당시에도 인기팀인 해태 쪽 표는 구하기도 힘들었고, 엘지 팬인 내 친구는 해태를 응원하기 싫다고 했다(당시 두 팀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현대 경기를 응원하러갔다. 당시 야구의 인기는 지금과 같지 않아서 표 구하기도 상대적으로 쉬웠다. 3루 쪽 외야에 앉은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는 교복을 입고(!?) 야구를 보러 갔는데, 그래도 다들 야구를 좋아하니 곧 몰입이 됐다. 당시 현대 선발은 정민태. 나름 에이스였다. 투수전으로 기억한다. 해태 선발은 기억이 나지 않고.. 아무튼 응원하다 해태 선수들을 친구들과 막 욕했는데, 갑자기 주의가 조용해졌다. 속으로 '교복을 입고 욕을 했으니.. 혼나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뒤에 있던 아저씨가 "학생들" 하면서 불렀다. 우리는 긴장하고 뒤를 돌았는데, 아저씨가 활짝 웃으며 "훌륭한 학생들이네! 여기 맥주도 있으니 마셔"(???)라고 말했다. 우리 교복 입고 있었는데.. 그래서 "저희 학생인데요?" 라고 그랬더니, 주변 모두가 합심해서 "어른들이 주는 건 괜찮아!"하셔서 맥주를 한 캔씩 들고 신나게 응원했다. 그날 경기는 졌다. 

7. 마무리
이렇게 보니 고등학생 시절 신나게 놀기만 했다. 야구장, 농구창, 축구장.. 정말 다니지 않은 곳이 없다. 표를 모아둔 것만 저정도이니니 얼마나 많이 다녔겠는가.. 저때 공부를 했어야 한다고 생각도 들지만, 뭐 그래도 나름 재밌었던 기억이다. 집에서 추억의 도구들을 찾은 관계로 적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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