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여행'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9.04.03 짧은 논산 여행(사전 탐방) 1

1.

전날 일찍 잠이 들었다. 거의 처음하는 장거리 운전 때문이었을까? 그냥 봄이기 때문일까?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새벽에 눈을 뜨니 마리(고양이)가 옆에 있다. 티비에선 축구가 진행 중이다. 내가 응원하는 팀은 역전패를 당했다. 뭔가 찜찜한 기분이지만, 마리의 애교에 기분이 풀린다. 씻고 나가 기름을 넣고, 먹을 것을 샀다. 

네 명의 직원이 함께 했다. 80명과 함께할 탐방을 준비할 사람들이다. 먹을 것을 먹고, 휴게소에서 쉬며 첫 번째 목적지로 향했다. 차 안은 옛날 만화영화 주제가 이야기로 가득찼다. 서로 요즘 좋아하는 노래도 이야기 했다. 서로 좋아하는 음악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모르는 세상이 있음을 새삼 느낀다. 모르는 노래가 너무 많다. 내려가는 길이 많이 막혔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2.

관촉사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오는 곳이었다. 사찰의 많은 부분은 아주 오래되지 않았지만, 형형한 눈으로 중생을 내려보는 은진미륵의 눈빛은 천년의 세월을 뛰어 넘은 듯 여전히 빛났다. 처음 보는 직원은 은진미륵의 위엄에 약간은 놀란 듯했다. 조금은 무심한 사람들의 시선, '보물'이라는 타이틀은 신경 쓸 것 아니라는 듯 미륵의 앞을 밝혀온 석등은 여전히 번듯한 모습이었다. 업무를 위해 잠시 들른 종무소에서 좋은 식당을 소개 받았다. 

 

신비한 매력의 은진 미륵

 

상대적으로 이목을 덜 끌지만 너무나 멋진 석등

 

 

 

3.

식당은 가까웠지만, 길을 잘못들어 조금 헤맸다. 계백장군 유적지를 갔다. 가는 길에 본 탑정호의 모습이 매우 좋았다. 시간의 제약만 없었으면 잠시 쉬다 가고 싶었다. 계백장군 유적지는 유적을 찾기 힘들었다. 여기서 보여주고 싶은 것은 유적이 아니라 계백의 정신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정신을 지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은 없어 보였다. 계백장군의 묘라고 전해지는 거대한 무덤이 더없이 쓸쓸해 보였다. 계백장군 유적지는 그래도 반짝반짝 빛났는데, 그곳을 가득 채운 아이들 때문이었다. 선생님을 따라 노래를 부르며 친구들을 부르는 아이들의 웃음이야 말로, 우리가 억지로 전하려하는 '자랑스러운' 과거를 넘어설 수 있는 존재였다.

충장사(위)와 계백장군의 묘. 어딘가 횡하고 쓸쓸하다.

 

 

 

4.

돈암서원으로 갔다. 역시 길을 잘못들었다. 사고가 날 뻔도 했다. 태연한 듯 행동햇지만 더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주차장 주변에 새로 한옥마을을 조성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서원은 덜 관리가 되는 듯했다. 입덕문으로 들어가는 한 직원의 미소는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것에 덕(德)이 가진 본래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케 했다. 서원은 단정했다. 김장생을 배향하고 있다는 이 서원은 예학에 정통했다는 생전의 그의 모습을 담은 듯했다. 보통의 서원 배치와는 다른 곳에 놓은 응도당은 웅장하면서도 화려했고, 기품있었다.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파란 하늘에서 불어와서 일까? 찬기운이 돌았다. 서원은 외로워 보였다.

응도당의 멋진 모습

 

 

 

 

5.

다음 간 곳은 명재고택이다. 이번엔 길을 헤매지 않았다. 고택은 단아했다. 산기슭에 사뿐이 내려 앉은 집은 앞에 만든 연못과 어울렸다. 수없이 많이 놓인 장독은 그것을 만든 사람들의 노고를 담고 있었다. 대부분의 장소는 후손이 살아서 들어갈 수 없었다. 역시 후손으로 보이는 해설사의 설명을 듣지 않고는 내부를 볼 수 없는 듯했는데, 송시열과 치열하게 예송논쟁을 이어간 윤증의 고집을 이어 받은 듯했다. 안을 볼 수 없다고 하니 흥미도 사라졌다. 제사를 간소히 하라고 유언을 남긴 윤증이라면 어떻게 손님을 대했을지 궁금해졌다. 봉제사, 접빈객이야 말로 양반의 바른 자세 아니던가!

큰 노고가 담긴 장독(위), 누가나 볼 수 있는 명재고택의 유일한 건물(중간), 그리고 그 앞의 인공호수(아래)

 

 

 

6.

돌아오는 길도 막혔다. 차를 오래타니 동승자들이 힘들어했다. 나도 조금은 피곤했다. 돌아오니 시간이 늦었다. 씻고 글을 정리하니 잠이 몰려온다. 다시 올 본 탐방이 조금은 덜 걱정된다. 같이 갔던 사람들도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자야겠다. 

Posted by beatles for sal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