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에 대하여.
남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른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인용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대화 주제는 대부분 자신의 전공, 세계평화, 인권 따위가 아니라 ‘남의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 남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남의 이야기’들을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어떤 이의 가정사’, ‘애인의 성격’, ‘어젯밤 친구와의 불화’ 등등 대화의 주제가 되는 ‘남의 이야기’는 너무나 많다.
하지만 누가 나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불편하다(물론 내가 끌리는 사람이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예외이다). 내 이야기를 아는 것도 불편하다. 내가 어떤 스타일의 사람을 좋아하는지, 주말에 누구를 만나는지, 쉬면서 무엇을 하는지 따위를 남에게 알리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알려도 되거나, 알리고 싶은 것은 보통 내 입으로 이야기 한다.
남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망, 그렇기 때문에 남의 ‘이야기들’, 즉 사생활을 알고 싶은 욕망은 내 사생활을 알리고 싶지 않은 욕망과 이렇게 충돌한다. 난 최근 후자가 더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런 욕망은 남들도 같을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남의 사생활을 알고 싶은 욕망을 줄이기로 한 것이다. 친한 친구라 해도 그가 먼저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누굴 만나고, 집에 어떤 일이 있는지 따위의 사생활은 묻지 않기로 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또 모르겠다. 아마 다 알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가장 가까운 사이에도 사생활, 혹은 자신만의 이야기는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남에게 적당한 거리두기. 쉽지 않겠지만 이제 시작하려는 노력이다.
테드(TED)를 보고, 그리고 『사피엔스』를 읽는 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