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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7.15 2020 여름 휴가기 : 5일차(강릉-서울) 2

5일차 : 강릉-서울

 

1.

아침 느지막하게 일어났다. 잠을 꽤 푹잤다. 어제 사놓은 재료들로 아침을 먹었다.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시 내린다던 비는 예보대로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여행의 마지막 날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하루 더 남은 휴가 때문이었을까? 알 수 없는 기분이었다. 짐 정리를 하고 제법 깔끔하게 방을 정리하고 숙소를 떠났다. 이틀만큼 정이 든 숙소였다.

2.

테라로사커피공장 본점으로 갔다. 오전 11시 무렵이었는데, 차가 제법 있었다. 엄청난 규모에 놀랐다. 이 정도는 되어야 한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기 번호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고작 두 명 뿐이었고, 우리는 원하는 자리에 앉아 커피와 빵을 먹을 수 있었다. 꽤나 여유로웠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오늘은 좀 여유롭네.”라고 말했다. CK에게 핀잔을 들었다. ‘나 때문에 일정이 빡빡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사실 혼자 다닐 때는 아침 7시나 8시에 나오는 일이 다반사인 나에게는 이번 일정도 꽤나 여유롭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CK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 여행은 오롯이 그들 덕에 즐거울 수 있었다.

 

3.

커피를 마시고 나와 서울로 향했다. 여행에 대한 미련을 더 갖지 말라는 듯, 비는 더 세차게 쏟아졌다. 나는 심심한 듯 계속 둘 모두에게 말을 걸었는데, 그 빗속에서 둘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한동안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았는데, 다들 내가 배고프다!”고 하는 말에 웃었다. 아까 커피를 마시며 빵을 먹을 때 이렇게 먹으면 점심을 먹지 않아도 되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양평에 들러 순댓국을 먹었다.

4.

정말 집으로 갔다. C를 내려주고, K를 내려줬다. 둘이 내리니 차 안이 허전했다. 혼자도 자주 운전하던 차였는데, 그들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 줄지는 몰랐다. 여행에서 그들의 비중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여행의 최종 목적지인 집으로 왔다. 마리가 날 반긴다. 그들의 빈자리가 아쉽기도 했지만, 일상이 있기에 그런 일탈도 가능했을 것이다. 이렇게 글을 쓰며 다시 여행을 돌아본다. 이렇게 삶의 추억이 하나 더 쌓였다. 이렇게 쌓인 추억으로 앞으로 살 힘을 얻는다. 이제 다시 CK를 만나면 2020년 여름, 이날의 추억을 떠올리며 이야기꽃을 피울 것이다. 그것이 여행을 하는 목적 가운데 하나일 테니까.

 

Posted by beatles for s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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