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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지옥] 후기

Imagine 2021. 11. 2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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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거기에 선악은 없다. 좋고 훌륭한 사람이 사고나 병에 걸려 죽고, 천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 장수하는 경우는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한 것 같지만, 죽음이야 말로 우연히 몰가치하게 모든 생명에게 찾아온다. 과학은 삶과 죽음의 신비를 풀어낼 수는 있지만, 죽음이 맞는 수 만 가지 이유는 오직 철학과 종교적인 해석만으로 가능할지 모르며, 그것이 종교가 여전히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연상호의 드라마 ‘지옥’은 바로 이 지점을 이야기한다. ‘지옥’에서 죽음이 찾아오는 것에는 이유가 없다. 처음 악인에게만 찾아온다고 믿었던 ‘천사’와 ‘지옥의 사자’들은 사실 불특정한 모두에게 찾아온다. 거기에는 죄를 지을 수 없는 갓난아기도 포함된다. 잔인하고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사람들은 이들을 ‘죽어 마땅한 사람’으로 포장해야 하지만, 모든 죽음이 그렇듯 ‘지옥’에서의 죽음에도 어떤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남는 것은 해석뿐이다. 저 고통스러운 죽음은 ‘죽어 마땅한 사람’ 혹은 ‘죄지은 사람’만이 겪는 것으로 해석해야 나머지 ‘선량한’ 사람들이 마음의 위로와 안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선량한’ 사람들은 내가 죄를 짓지 않으면 ‘심판’을 받지 않는다는 믿음(사실은 그렇지 않더라도)을 통해 위안을 받으며, ‘죄인’들의 죽음은 ‘선량한’ 자신들과는 관계없는 것으로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해석의 독점권을 갖는 종교집단은 엄청난 권력을 갖게 되는데, 이는 마치 성경의 해석을 독점했던 중세 가톨릭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드라마는 이 과정에 수많은 한국사회의 부조리를 연결시킨다. ‘사이버렉카’로 불리며 이슈를 쫓아다니는 인터넷 방송, 한국 사법체계의 허점, 선정적인 보도를 일삼는 언론, 여전히 연좌죄적 성격을 갖고 있는 우리의 사고방식, 내가 선이고 나머지는 악이라는 한국사회의 흔한 이분법을 통해 드러나는 단체들까지 다루는 것은 수도 없다. 

그리고 어쩌면 이러한 불가해한 죽음과 선정적인 사회 이 사회 자체가 지옥이라고 감독은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 모든 이슈를 단 6회 만에 다루어야하기 때문에 극은 상당히 빠르게 전개된다. 때로는 과장된 연기가 몰입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하며, 논란이 되었던 컴퓨터 그래픽도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드라마 ‘지옥’은 약간의 잔인함을 견딜 수 있다면 충분히 추천하고 싶은 드라마이다.

Posted by beatles for s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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