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ay in The Life

조국 후보자의 딸 논란과 구조적 정보의 불균형

beatles for sale 2019. 8. 27. 12:36

최근에 읽은 논문 가운데, Weaponized Interdependence : How Global Economic Networks Shape State Coercion(무기화 된 상호의존성 : 어떻게 국제 경제 네트워크는 국가의 압박에 의해 흔들리는가, Henry Farrell and Abraham L. Newman)이란 것이 있다.

 

내용은 간단하다. 세계화가 되면 다양성이 증가하고, 상호의존성이 높아지며 세상이 더 평등해질 것이라 예측했으나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소수의 강대국들이 금융시장과 정보시장을 독점하고, Panopticon 전략(자신들의 허브를 통과하는 모든 정보를 감시하여 더 많은 정보를 획득하는 전략)Chokepoint 전략(자신들이 독점하는 허브에 접근권을 제한하여 상대를 압박하는 전략)을 통해 더욱 불균등한 세상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상호의존성이라는 단어가 보여주듯, 국제 경제 네트워크는 너무나 복잡하여 예측불가능 한 경우가 많으며, 동맹이라고 하더라도 서로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어느 한쪽만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는 경우는 없다는 이야기도 한다.

 

아무튼, 자원보다 정보가 중요한 시대에, 정보의 독점이야 말로 자본 축적의 지름길이며 권력인 셈이다. 논문에서도 정보와 금융의 rich-get-richer effect, 즉 부자가 더 부자가 되는 효과를 지적하는데 이는 국제 관계 뿐 아니라 국내 계급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상위 계급일수록 정보를 쉽게 많이 획득할 수 있고, 그 정보는 보다 고급일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부자가 더 부자가 되는 효과가 진행된다.

 

조국 후보자 딸의 문제는 이런 현상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사람들은 저런 제도가 있었는지, 저런 방법이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는데, 일부 상위 계급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좋은 정보들이 유통되고 있었던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그들 스스로가 공유하는 인맥 역시 상위 계급일 것이고,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제도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아마 이들도 국제 관계처럼 본인들이 인지하던 그렇지 않던 PanopticonChokepoint전략을 사용하여 정보를 획득하고, 차단하며 본인들의 이익을 극대화 했을 것이다.

 

이런 문제는 구조적인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조국 후보자의 딸문제로 표면화 되면서 한 개인의 부도덕함으로 치환되고 있지만, 이 문제를 그렇게 보면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당연히 한쪽에서는 후보자의 부도덕함을 이야기하며 사퇴를 요구할 것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제도의 정당한 이용을 이야기하며 옹호할 것이다. 여기서 계급문제, 정보의 차등문제는 모두 사라진다.

 

조국 후보자의 딸사건에 박탈감을 느끼는 것도, 박탈감에 대한 반발(적합한 제도적 절차를 밟았다는)도 이해할 수 있다. 다만 기왕 이렇게 된 것, 조국 후보자의 문제를 넘어 입시제도를 비롯하여 정보의 불균등에 대한 구조적 문제 등 더 많은 이야기와 논의가 진행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