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ay in The Life

애도의 방법까지 강요하는 사회

beatles for sale 2022. 11. 1. 10:42

애도(哀悼) : 남의 죽음, 심한 정신적 고통, 불운을 슬퍼하는 동정심의 표현. 이렇게 위키피디아는 애도를 정의하고 있다. 우리는 남의 불운에 때론 고소해하지만, 큰 불행 앞에서는 대부분 동정심을 갖기도 하고, 함께 아파하기도 한다. 맹자는 선을 싹틔우기 위한 인간의 본성으로 사단(四端)을 이야기 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측은지심(惻隱之心), 즉 어려운 상황을 당한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다. 

애도의 표현은 다양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행을 조용히 생각하며 시끄러운 노래나, 신나는 음악을, 흥겨운 춤을 자제 하는 것으로 애도의 마음을 표현할 것이다. 하지만 또 어떤 이들이 시끄러운 노래를 부르고, 신나는 노래를 부르고, 흥겨운 춤을 추며 애도를 표할지 모른다. 애도의 방식이 모두 같을 수 있다. 

어떤 이들을 흥에 겹기 위해 술을 마시지만, 어떤 이들은 슬픔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신다. 술을 마시는 행위만 갖고 마시는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어떤 이들은 슬프면 생업에 집중하지 못해 방황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생업에 집중하며 슬픔을 잊으려 한다. 또 다른 이들은 생업을 멈추고 싶지만, 먹고 살기 위해 생업을 꾸역꾸역 유지하기도 한다. 슬픔을 극복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국가적 슬픔에 국가가 애도기간을 정한 것은 그럴 수 있다. 애도기간을 정한 것 자체를 비판할 생각도 없다. 아무도 ‘내 잘못’이라고 말하지 않지만, 국가가 애도기간을 정한 것 자체가 국가의 책임을 통감하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기도 하다. 다만 애도의 방식까지 국가나 정부가 정할 필요는 없다. 리본을 어떻게 다느냐를 정부가 정해줄 필요는 없는 것이다. 

문학가는 문학을 통해, 미술가는 미술을 통해, 음악가는 음악을 통해, 연극인은 연극을 통해 애도할 수 있게 하면 된다. 이들을 모두 막고 하지 못하게 하는 것만이 애도 일 수 없다. 오히려 그들의 애도가 더 많은 이들을 위로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예술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통해 애도 하도록 둘 수도 있는 일이다. 

유흥업소를 강제로 휴업하게 하는 것이 애도일 수 없다. 그것은 생계의 문제이다. 휴업을 하지 않는다고 유흥업소 사장이 애도 하지 않는다고 섣불리 말할 수 없고, 그곳에 찾은 사람들이 애도하지 않는다고 속단할 수 없다. 집에만 있으면서 애도는커녕 증오의 언어만 뱉어 내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다. 

애도도 강요할 수 없는 일이지만, 애도의 방법까지 강요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