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ine

아침

beatles for sale 2022. 1. 16. 23:49

아침

문득 잠에서 깼다. 그것은 꿈이었다. ‘아 꿈이었구나’라고 생각하는 찰나, 난 꿈을 잊었다. 꿈에 나왔던 그녀의 정체는 이제 알 수 없다. 어쩌면 다음 꿈에 다시 등장할 지도 모른다. ‘그녀와 무엇을 했지?’ 그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마냥 좋았다는 느낌만 남아있다. ‘기억해야 하는데... 아니 기억하고 싶은데..’라고 생각하지만 부질없다는 것도 안다. 그렇다. 꿈을 기억하는 것은 부질없다. 기억난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누군지도 모를 사람과 무언지도 모를 일을 한 것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하지만 남은 기분은 현실보다 생생하다. 옆에서 무언가가 뒤척인다. 고양이다. 이것은 현실이다. 고양이는 내 호흡만으로 내가 잠에서 깨어난 것을 감지한다. 혹 고양이가 내 꿈을 보았을까? 고양이가 본 내 꿈은 어떤 모양일까 궁금해진다. 혹은 고양이의 꿈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고양이는 내가 일어나지 않을 것을 깨달은 듯, 일어나 나를 본격적으로 깨울 준비를 한다. 난 잠결이니 다시 잠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눈을 질끈 감는다. 아마 나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모양이다. 고양이의 숨소리가 들린다. 숨소리를 애써 무시한다. 갑자기 창틈에서 찬바람이 들어온다. 찬바람에 꿈의 기분도 기억만큼 멀어진다. 이제 나를 내려다보는 고양이에게 아침을 줘야하는 시간이다. 내가 일어날 마음을 먹은 것을 고양이는 또 알고 있다. 침대 밑으로 내려가 밥을 달라고 칭얼댄다. 아침이 시작됐다.